“폐배터리의 화려한 부활”… 제주 귤밭 누비는 ‘K-농기계’ 국내 1호 인증 따냈다

“폐배터리의 화려한 부활”… 제주 귤밭 누비는 ‘K-농기계’ 국내 1호 인증 따냈다

“폐배터리의 화려한 부활”… 제주 귤밭 누비는 ‘K-농기계’ 국내 1호 인증 따냈다

제주 서귀포의 한 감귤 농장. 거친 흙길을 헤치며 묵묵히 귤 상자를 나르는 로봇 한 대가 눈에 띈다. 겉보기엔 여느 농업용 운반차와 다를 바 없지만, 이 기계의 심장부에는 전기차에서 소임을 다하고 내려온 ‘재사용 배터리’가 숨 쉬고 있다.

자율주행 농업 로봇 스타트업인 ‘더로보틱스(대표 강동우)’가 사고를 쳤다. 자사 농업용 운반 로봇 ‘봇박스(botbox)’가 국내 최초로 전기차 재사용 배터리를 적용한 농업 기계 안전 검정을 통과한 것이다. 단순히 기술을 선보인 수준을 넘어, 정부가 신설한 엄격한 재사용 배터리 농기계 규정을 통과한 ‘국내 1호’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실 재사용 배터리는 양날의 검이다. 신품 대비 가격이 저렴해 경제성은 뛰어나지만, 성능 저하나 폭발 등 안전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특히 험지를 주행해야 하는 농기계 특성상 배터리에 가해지는 충격과 부하가 커 검정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더로보틱스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자체 개발한 고도화 안전 시스템을 봇박스에 이식해 배터리 효율과 기계적 안정성을 동시에 잡았다. 단순히 배터리를 끼워 넣는 수준을 넘어, 배터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제어하는 기술력이 이번 ‘합격점’의 핵심이다.

실제로 이 로봇은 현재 서귀포 감귤 농장 10여 곳에서 실전 테스트를 치르고 있다. 현장에서 수집되는 주행 데이터는 관제 시스템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제주 실증 농가 관계자는 “기존 내연기관 운반차보다 소음이 적고 조작이 간편해 고령 농민들에게 반응이 좋다”며 “재사용 배터리라고 해서 힘이 딸릴까 걱정했는데 경사로 주행에도 무리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호 인증은 상징적인 성과지만, 수년간 반복 사용했을 때의 내구성과 배터리 수명 문제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사후 관리(AS) 망 확충도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인증 획득이 농민들에게 반가운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돈’ 문제다. 재사용 배터리 채택으로 이미 제작 원가를 상당 부분 낮춘 상태에서, 이번 검정 통과로 내년부터 정부의 농업 기계 보조금 사업 참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면 농가에서는 기존 첨단 로봇 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봇박스를 들여놓을 수 있게 된다. 인력난과 고령화에 신음하는 농가 입장에서 고성능 로봇의 가격 문턱이 낮아진다는 것은 무시 못 할 매력이다.

강동우 더로보틱스 대표는 “이번 인증은 단순한 기술 증명을 넘어 우리가 추구하는 친환경과 안전이라는 가치를 공인받은 것”이라며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수익과 편의를 줄 수 있는 로봇 보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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