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회장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만남을 주선하고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원하려고 한 정황 등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19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 전 본부장, 이모 전 재정국장의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윤 전 부회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윤 전 부회장과 윤 전 본부장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에 따르면 윤 전 부회장은 윤 전 본부장에게 지난 2021년 11월 8일 “오늘로써 일단 윤석열 캠프 해산식. 새 캠프 꾸려지는데 보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저는 청와대에 같이 갈 사람을 눈여겨본다”고 보냈다. 윤 전 부회장은 메시지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윤 전 부회장은 다음 날인 9일 윤 전 본부장에게 “줄 잘 잡아야 합니다. 아무에게나 속 보이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어제도 제 라인 체크했는데 끝까지 윤과 청으로 간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이 “(이 메시지에 나오는) 라인이 누구냐”고 묻자 윤 전 부회장은 “저는 라인이 없다”며 메시지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이 “왜 정치권이랑 통일교를 연결하려고 했냐”고 묻자 “우리(통일교)를 이해시키고 설명하는 게 내 일”이라며 “정치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윤 전 부회장이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만남을 주선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지난 2021년 11월 17일 윤 전 본부장에게 권 의원, 김성태 전 의원과 만났고 다음 날인 18일 권 의원과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19일 카톡을 보면 증인이 윤 전 본부장에게 ‘오늘 미팅이 잘 되면 Y, 즉 윤과의 만남이 90의 능선으로 가까워진다. 우리가 무엇을 도울지 논의되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보내며 윤과 만남을 위해 로비 활동을 전개한 것이냐”고 묻자 윤 전 부회장은 “접촉했다”고 답했다.
이후 윤 전 부회장은 윤 전 본부장에게 같은 해 12월 권 의원을 만나 “윤이 당선되는 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면 된다. 미·일 기반을 알려주면 영사나 대사도 가능하고 도움에 비례해 전국구나 공천 요구도 가능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특검팀이 이 내용을 두고 “당선 이후 윤 전 대통령 측에 미·일 영사나 대사, 각종 선거 공천권을 요구한 게 목표였냐”고 묻자 윤 전 부회장은 “그렇게 보시면 그런데, 저는 누구든 만나서 제 꿈에 대해 얘기한다”고 했다.
또 윤 전 대통령 지원 조건으로 당시 통일교인의 청와대 입성을 요구한 내용도 공개됐다.
윤 전 부회장은 “권 의원이 제가 얘기한 조건을 수용하면 표수, 조직, 재정을 지원한다”며 “우리의 실질적인 조건은 공약으로 받아들여진 우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정권 스태프로 우리 사람을 넣는 것. 푸른집(청와대) 보좌진과 당에 포션”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윤 전 부회장에게 보냈다.
오후 증인신문 과정에서 공개된 지난 2021년 10월 통일교 대륙본부 내부 회의록에서도 통일교의 이와 같은 계획이 담겼다.
회의록에 따르면 한 통일교 관계자는 “우리 목표는 청와대에 보좌진이 들어가야 한다. 두 번째는 여든 야든 국회의원 공천권을 줘야 한다”며 “잘못 선택하면 큰일 난다. 1~2월 중 선택을 해야 하는데 정말 신중하게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통일교 관계자는 “국회의원 공천권, 청와대 입성 등 기반을 이루려면 결코 쉽지 않다. 여기까지 가야 안착 기반이 이뤄진다”며 “2027년까지 이렇게 가면 대권 도전도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들의 대화에서 당시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언급된 부분도 나오기도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마지막에 증인에게 고생하셨다면서 ‘여당 쪽 어프로치는 별 실익 없다. 제가 직접 챙긴다’라고 보냈는데 여당(민주당) 쪽 로비 활동은 안 된 것 같은데 아는 내용이냐”고 묻자 윤 전 부회장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