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자동차 ‘빅3’의 영업이익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17일 독일 현지 매체와 컨설팅업체 EY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독일 완성차 3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17억 유로(약 2조 95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거셌던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무려 75.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일본 업체(-29.3%), 미국·중국 업체(-13.7%)들의 영업이익 감소 폭과 비교해도 독일 업체들의 부진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복합적인 대외 악재를 꼽는다. EY는 보고서를 통해 고급차 라인업의 경쟁력 약화, 미국의 고관세 정책, 유로화 강세에 따른 환율 효과, 전기차 전환을 위한 막대한 투자 비용, 그리고 구조조정 비용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콘스탄틴 갈 EY 자동차 부문 전문가는 “이 모든 요인이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을 몰고 왔다”고 진단했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이 뼈아프다. 중국 토종 업체들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중국 경기 둔화로 현지 고소득층 소비가 위축되면서 독일산 고급차 수요가 급감했다.
실제로 독일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분기 39.4%에서 올해 3분기 28.9%까지 떨어졌다. 2012년 이후 최저치다. 폭스바겐 산하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판매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중국 내 대리점 수를 기존 144곳에서 80곳으로 대폭 축소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도 발목을 잡았다. EY 측은 “전기차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실현되지 않았고, 서구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미미하게 증가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독일 업체들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한편, 전동화 전환 속도를 늦추고 내연기관 라인업을 다시 강화하는 전략 수정에 나섰다.
독일 정부도 업계의 위기감을 반영해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EU)에 2035년부터 역내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재검토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