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길랑-바레 증후근’ 딛고 불어본 팬플룻…김미경 연주자 위한 동료들 공연

희귀 ‘길랑-바레 증후근’ 딛고 불어본 팬플룻…김미경 연주자 위한 동료들 공연

희귀병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전신마비까지 치달았던 연주자 김미경 씨가 재활 중에 병원에서 연주에 성공했다. (사진=임병안 기자)

팬플룻과 오카리나에 숨을 불어넣어 천상의 소리를 내던 연주자가 희귀병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쓰러져 인공호흡기 부착한 전신마비를 극복하고 다시 악기를 손에 쥐었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 퇴원이 기대되는 때에 동료 연주자들이 병원을 찾아 작은 공연을 선보여 감동을 전했다.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둔 12월 12일 오후 6시 대전 대덕구 법동 대전웰니스병원 1층 로비는 원통형 나무관을 여러 개 연결한 팬플룻 합주로 채워졌다. 공주오카리나팬플룻앙상블 단원 9명은 목관악기 팬플룻에 입술을 가져다 대어 ‘카르멘’를 연주하고, 이어 (주)노블오카리나 대표이면서 여러 장의 앨범을 낸 이종원 연주자가 전문 연주자 이신영 씨와 함께 ‘나는 사랑에 빠졌다(estoy enamorado)’를 연주했다. 전통악기 연주자 손방원 씨는 이날 공연을 위해 대구에서 찾아와 ‘천년학’을 대금으로 연주하고, 마찬가지로 전문 연주자 신혜원 씨는 ‘숨어우는 바람소리’를 팬플룻으로 멋지게 선보였다. 입원환자들은 준비된 소파에 앉아서 또는 휠체어를 끌어 로비에서 이날 공연을 관람했고, 퇴근길의 직원들도 한동안 연주자의 호흡에서 나오는 선율을 감상했다.

이날 공연은 이곳에 지난 1년 여간 입원해 재활 중인 김미경(55) 연주자가 ‘나와 동료 환자를 위해 공연해주오’라며 연락하며 이뤄졌다. 김미경 연주자는 오카리나에서 시작해 팬플룻까지 전문 연주자다. 영국의 성악가인 폴 포츠의 대전 내한공연 때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함께 무대에 올랐을 정도로 실력파 연주자다. 전국 크고작은 무대에서 무대 관객 앞에서 연주하고, 틈나는대로 연주를 가르치는 지도자로 지난 20년간 살아왔다. 공주오카리나팬플룻앙상블은 김미경 연주자가 지도해 공식적인 행사에서 공연할 정도로 실력을 갖췄고, 전국 시도교육청 첫 장애인 예술단인 세종시교육청의 ‘어울림예술단’은 창단 때부터 함께 했다.

대전웰니스병원 1층 로비에서 이곳에서 치료중인 환자와 보호자를 위로하는 팬플룻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임병안 기자)

오카리나와 팬플룻에 자신의 숨을 불어넣어 연주하던 그에게 2023년 4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전신마비 증세가 갑자기 닥쳤다. 스스로 호흡할 수 없어 인공호흡기까지 부착했을 정도로 위급했고, 병원은 그녀에게 ‘길랑-바래 증후군’을 진단했다. 길랑-바레증후군은 뇌와 척수의 외부에서 기인하는 말초신경의 염증성 장애가 상부 방향으로 진행성 마비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급속한 근력의 약화가 특징으로 다리의 마비, 팔 그리고 호흡근과 안면마비로 이어진다. 감기 몸살이나 배탈을 심하게 앓고 난 뒤 갑자기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뇌졸중으로 오인되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수도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는 유성선병원 중환자실에서 2개월 머물고, 7개월간 인공호흡기를 부착하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희망은 잃지 않았다.

김미경 연주자는 “입으로 숨을 불어넣어 음악을 내는 연주자에게 인공호흡기까지 착용하고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는 희귀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제게 성심껏 재활치료를 제공한 치료사님과 병원 그리고 동료 환자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연주자 동료들께 ‘각자 악기를 가지고 저에게 문병을 와달라’고 연락해 이렇게 무대가 마련됐다”라고 설명했다.

동료들의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팬플룻을 한 번 연주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을 흥쾌하게 수락해 휠체어 앉은 채 동요 ‘섬집 아기’를 들려줬다.

김미경 연주자는 “완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고 20년간 연주자로 지낸 시간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봉사하는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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