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 ‘하얀 차를 탄 여자’ 정려원 “데뷔 25년, 슬럼프·고민 ‘공감’…필요했던 레슨 샤크라”

[NC인터뷰] ‘하얀 차를 탄 여자’ 정려원 “데뷔 25년, 슬럼프·고민 ‘공감’…필요했던 레슨 샤크라”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정려원.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어릴 땐 공감하지 못했던 배우로서 고민이 피부로 느껴지는 나이가 됐습니다.”

영화 ‘하얀 차를 타고 온 여자’를 통해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정려원이 이렇게 말했다. 최근 정려원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얀 차를 타고 온 여자’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온 도경(정려원)이 경찰 현주(이정은)에게 혼란스러운 진술을 하면서 모두가 다르게 기억하는 범인과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드라마 ‘검사내전’ ‘로스쿨’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등에서 조연출로 활약한 고혜진 감독이 처음으로 상업영화 메가폰을 잡았으며 정려원, 이정은, 김정민, 장진희, 강정우, 이휘종 등이 열연했다.

특히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애초 2부작 단막극으로 제작됐으나, 관계자들의 지지로 극장 영화로 재탄생 됐다. 고 감독은 갑작스럽게 입봉하게 됐고, 정려원은 생각지도 못하게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주연배우 정려원과 이정은이 드라마에서 인연을 맺고 친해진 고 감독의 입봉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촬영은 14일 만에 끝났다. 

‘하얀 차를 탄 여자’ 정려원.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정려원은 ‘하얀 차를 탄 여자’에서 혼란스러운 기억 속, 진실을 찾는 작가 도경 역을 맡았다. 특히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캐릭터에 빙의한 듯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고혜진 감독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다”라며 “‘날 것 파티’ 였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정려원은 “주인공은 처절한데 내가 몸을 사리면 관객이 몰입하지 못할 것 아닌가. 꾸며내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촬영에 임했다”라며 “큰 스크린으로 직접 보니 너무 했나 싶기도 하더라. 그래도 고 감독을 위해 재미있게 찍어야겠다는 모두의 마음이 좋은 결과물로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고 했다.

정려원은 ‘조현병을 앓는 인물’을 몰입도 높게 표현해 내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조현병이면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연기하지 않았다. ‘가스라이팅 하는 언니를 무서워하면서도 꿈꿔왔던 ‘탈출’에 대해서는 명확히 이야기한다’라며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을 뼈대로 잡고 시작했다”라며 “짧은 시간에 고효율을 내야 했는데 세세한 스토리보드 안에 어떻게 찍으려는 것인지 다 보였다. 현장에서 재빠르게 골조를 잡고 연기 했는데 캐릭터를 잡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정려원.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특히 정려원은 2018년작 ‘게이트’ 이후 7년 만에 극장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앞서 ‘게이트’도 전작 ‘네버엔딩 스토리’ 이후 6년 만에 촬영한 영화였다. 그는 지난 ‘하얀 차를 탄 여자’ 언론배급시사회 현장에서 “영화판이 멀게만 느껴졌었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려원은 “마음속으로는 늘 기다리고, 그리워 했는데 영화와 인연이 없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다”라며 “주어진 것부터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TV 드라마 위주로 활동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려원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얀 차를 탄 여자’가 극장 영화가 될지 누가 알았나”며 웃었다.

무엇보다 정려원은 검사, 변호사, 스타강사 등 ‘사’자가 들어가는 전문적이고 깔끔한 모습,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주로 보여왔다. ‘하얀 차를 탄 여자’에서 선보인 ‘얼굴’이 낯설면서도 반가운 이유다.

정려원은 “평소 할 말 다 할 줄 아는 프로페셔널한 커리어 우먼과 같은 사람을 좋아했다. 내가 그런 사람들처럼 못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문적인 캐릭터를 연기 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사람의 모습이 대중에게 보여지더라. 그래서 많은 분이 나를 ‘정장’으로 느끼지만 사실 난닝구(?) 아니 민소매티다”라며 “친하게 지내왔던 고 감독이 집에서 보던 편안한 내 모습을 꺼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가 알고 있던 내가 처절하게 울 때 ‘힘’이 커질 거라고 확신했다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감독은 내가 ‘날 것 파티’를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것 같다. 사실 너무 세서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라며 “‘하얀 차를 탄 여자’를 하면서 ‘이게 내려놓는 거구나’를 실감했다”라고 했다.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정려원.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또한 정려원은 변호사로 열연한 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와 ‘하얀 차를 탄 여자’를 같은 시기에 찍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날 것 파티를 하다가 어느 순간 명품 슈트를 입고 ‘존경하는 재판장님’ 대사를 치면서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라고 생각했다. 밀도가 굉장히 높은 작품을 동시에 선택 해야 한다면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한쪽에선 대사가 많고, 한쪽에선 몸이 시달렸지만 돌이켜 보면 좋은 경험이었다.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이정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정려원은 “사람에게서 오는 공기가 있다. 숨 한 번 쉬어도 ‘내 옆에 오지마’라는 느낌이 있다. 이정은 선배는 나 스스로 ‘웰컴’을 하고 있더라. 예전부터 알고 지낸 분처럼 편했다”라며 “MBTI도 비슷하다. 사람끼리 좋아하는 건 다 다를 수 있다. 싫어하는 게 비슷하면 성향이 잘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 싫어하는 걸 서로 조심하는거다. 선배님은 현장에서 모두가 불편한 일을 자초해서 하려고 하더라. 뭐든 양보하고 먼저 챙기려고 하셨다. 멋있는 어른이라고 여겼다. 일반적인 태도에서 본받고 싶은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2000년 그룹 샤크라로 데뷔한 정려원은 2년 뒤 아침드라마 ‘색소폰과 찹쌀떡’으로 연기에 발을 들였다. 이후 다수의 단막극을 통해 연기 경험을 쌓은 그는 최고 시청률 51.1%를 기록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배우로 날아올랐다. 이후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주연배우로 도약, 어느덧 데뷔 25주년을 맞이했다.

40대 중반이 된 정려원은 “어렸을 때는 나이가 들면 고민이 많아지고, 배우로서 슬럼프를 겪을 수도 있다는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피부로 느껴지더라.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작품이 여성 서사를 다룬 스릴러 영화로 개봉된 것을 체험하면서 오히려 요즘 시대엔 (배역에) 한계가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라며 긍정적으로 말했다.

정려원은 영하 20도, 강원도 인제에서 모두가 한뜻으로 ‘하얀 차를 탄 여자’를 촬영한 경험을 다시 떠올리면서, 최근 저예산 영화임에도 흥행에 성공한 ‘얼굴’을 언급했다. 그는 “‘얼굴’이 흥행하는 걸 보고 느낀 것이 많았다. 과거에는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았는데 시장 자체가 작아지지 않았나. 이렇게 영화가 귀한 상황에 모두의 마음이 모일 때 ‘얼굴’과 같은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일상 이야기도 건넸다. 그는 주 5회 운동을 하고 있다며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음을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40대 중반 여배우를 섭외했는데 체력이 안 되더라’라는 말을 듣기 싫을 것 같다”며 웃었다.

최근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4’에 샤크라 보나가 ‘슈가맨 조’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방송을 봤냐고 물었더니 정려원은 “보고 있었는데 익숙한 전주가 흐르더라. 평소 자주 듣고 따라 부르는 ‘난 너에게'(샤크라)였다. 이게 웬일, 보나가 나오더라.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난 너에게’가 넷이서 부르는 노래 아닌가. 호흡이 달릴 법도 한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너무 잘 하더라”라며 “보나는 원래부터 노래와 랩을 잘 하는 친구였다. 예전에 T의 ‘메모리즈’를 불러준 적이 있었는데 정말 잘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관리를 잘 해왔구나 싶어서 또 울컥하더라.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려원은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은 마음은 없냐고”고 묻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너무 부럽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렸을 때 호주에서 한국으로 눈 보러 왔다가 길거리 캐스팅이 됐다. 이후 아침드라마를 찍으면서 연기가 재미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22살이 되어서야 좋아하는 걸 찾았다”라며 “학창시절 나는 내성적이었다. 정말 조용했던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 연예인 됐다는 걸 아무도 안 믿더라”라고 떠올렸다. 

정려원은 “어쩌다 가수가 됐고, 드라마를 찍을 땐 무대에서의 버릇 때문에 혼난 적도 여럿 있었다. 그런데 결국 연기에 임했을 때 가수 활동이 기본기가 됐더라. 필요했던 레슨이었다”라며 “내게 가수는 ‘다시 노래하고 싶다’가 아니라 배우를 잘 할 수 있게 트레이닝 시켜준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노래 잘하는 분들을 존경한다”며 미소 지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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