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비닐봉지가 천천히 부풀고 가라앉으며 생동감을 더하는 작품, ‘More Is More’, 2025.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어티슈, 누데이크와 누플랏을 전개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리테일 프로젝트, ‘하우스 노웨어 서울’이 성수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되돌아온 미래’를 주제로 기발한 상상력과 철학을 구현하는 동시에 앞으로 전개할 건축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다. 견고하고 대담한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다섯 브랜드는 각자의 방식으로 실험을 이어가며 ‘새로움’이라는 공통된 철학을 공유한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서사를 구축하는 모습은 이 시대에 드문 진정성을 보여준다.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도산, 중국 상하이, 선전에 이어 전 세계 네 번째로 선보이는 공간으로, 건축가 김찬중과 협업해 완성했다. 거칠고 묵직한 콘크리트, 단순하면서 구조적인 형태, 그리고 영화적 영감을 더한 브루탈리즘 디자인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건물 옆에는 아티스트 막스 시덴토프와 협업한 설치 작품 ‘More Is More’를 전시했다. 황금빛 봉지를 든 노인이 검은 비닐봉지에 둘러싸인 모습은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서사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작품은 현재 모든 하우스 노웨어 공간에 전시 중이며,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와 함께 새로운 비주얼을 선사할 예정이다.
갑옷을 입고 낮잠에 빠진 모습의 강아지 로봇 ‘선샤인’.
1 젠틀몬스터 공간 중앙에 놓인 비대칭 구조의 로봇과 거대한 인간 형상의 ‘페인티드 자이언트’ 오브제. 2 노출 콘크리트와 과감한 디자인이 미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하우스 노웨어 서울. 3 섬세한 구조가 돋보이는 ‘히드라’ 오브제. 헤드웨어의 긴 스트랩을 늘어뜨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의 공간을 상징해온 키네틱 오브제와 인간을 닮은 로봇은 이제 하우스 노웨어의 시그너처로 자리매김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탬버린즈의 새 컬렉션을 상징하는 거대한 강아지 로봇 ‘선샤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숨을 쉬고 귀를 움직이는 섬세한 동작으로 생동감을 부여하며, 그동안 선보인 미래적 디자인의 로봇과는 달리 귀여운 매력을 드러낸다. 바로 위층에 있는 젠틀몬스터 공간 또한 하우스 노웨어의 외관과 일맥상통하는 키네틱 오브제를 비롯해 시선을 사로잡는 극사실주의적 조형물, 배우 틸다 스윈턴이 등장하는 캠페인 영상이 어우러져 강렬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메탈릭한 소재와 구조적 인테리어는 브랜드의 미래적 정체성을 극대화하며, 패션과 건축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 시도가 돋보인다. 3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탬버린즈, 어티슈, 누플랏이 한데 모여 감각적인 하모니를 이룬다. 어티슈는 니트와 캡을 결합한 새로운 트러커 컬렉션을 날렵한 실루엣의 ‘히드라’ 오브제와 함께 전시해 브랜드 특유의 상상력을 구현한다. 공간 곳곳에는 메탈뿐 아니라 우드 소재 오브제를 배치했는데, 얇은 패널을 구조적으로 조합한 듯한 형태가 미래적인 분위기와 함께 소재의 의외성을 드러낸다.
1 애니메이션 속 몬스터를 연상시키는 탬버린즈 공간의 로봇. 2 메탈 소재 튤립 오브제를 중심으로 붉은 체어와 테이블을 배치한 누데이크 티 하우스의 VIP 공간. 3 라이트 블루 컬러 테이블 위 미니멀하면서도 위트를 더한 디스플레이가 제품을 돋보이게 한다. 4 풍화된 외피를 통해 기계 장치가 드러나는 우주선 오브제가 몰입감을 더한다.
패션과 아트를 결합해 색다른 비주얼의 디저트를 선보여온 누데이크는 이번 공간에서 ‘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안한다. 방문객에게 개방된 공간 중 가장 위층에 문을 연 누데이크 티 하우스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라이트 그린 커튼, 퍼플 테이블과 체어, 그리고 간결하지만 확실한 포인트가 되어주는 레드 플라워의 대담한 컬러 조합이었다. 이는 브루탈리즘 스타일의 거칠고 야성적인 외관과 대비되며 독창적인 긴장감을 형성하고자 한 의도다. 높은 층고 중앙에는 거대한 로봇 ‘베셀(Vessel)’이 자리해 미래에서 도착한 듯한 흔적을 남기며, 안쪽 VIP 공간에는 곡선형 체어와 타원형 테이블을 배치했다. 이는 ‘Wild & Elegance’라는 상반된 개념을 결합한 결과물로, 마치 SF 영화 속 가상공간에 들어온 듯한 미래적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러한 대비는 하우스 노웨어를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감정을 전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완성한다.
누데이크 티 하우스에서는 아이코닉한 디저트와 향을 레이어링한 ‘센티드 티’를 누플랏의 테이블웨어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날렵하고 강렬한 포인트를 더한 네일 컬렉션, 파도치는 듯 곡선적 형태가 특징인 웨이브 컬렉션 등 모든 제품은 ‘Dress Your Table’이라는 슬로건 아래 테이블웨어의 경계를 넘어선 실험적 디자인을 표방한다. 누플랏의 첫 오프라인 스토어이기도 한 이곳은 양말 모양 홀더처럼 편견을 깨는 오브제와 제품을 디스플레이하거나, 네일 컬렉션의 선명한 레드 포인트를 공간 곳곳에 반영하는 등 섬세함이 묻어난다. 강렬한 콘크리트 건물부터 감각적인 설치 작품, 다채로운 카테고리를 넘나드는 아이템, 고유의 미학과 의미가 깃든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하우스 노웨어는 크고 작은 조각들을 모아 완벽히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며 이름처럼 ‘그 어디에도 없는 공간’임을 완벽히 증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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