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 = 강선영 기자] “난민 수용은 역차별이다”, “여성가족부가 남성을 차별한다”, “성소수자가 특권을 누린다”, “장애인 시위는 시민을 볼모로 한 인질극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 힘들었던 극단적인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이제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넘어 일상과 정치의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혐오표현이 무엇이고 왜 문제인지를 설파하며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가 이번에는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신작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으로 돌아왔다.
이 책은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혐오와 차별이 사회적 위기 속에서 어떻게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아 확산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지금 한국 사회가 마주한 위기의 본질을 진단한다. 특히 여성, 이주자, 난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배제와 혐오의 문제를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저자는 차별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도구화되는지에 주목한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하기 위해 ‘혐중’ 정서가 동원된 사례처럼, 정치인들이 사회적 불만을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돌리며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위험한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전직 대통령의 발언이 어떻게 차별의 현실을 은폐하고 사회적 퇴행을 부추겼는지,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지도 설득력 있게 역설한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은 차별의 정의와 종류부터 시작해, 역차별 논란의 허구성, 종교와 차별의 문제, 그리고 차별금지법의 구체적인 내용과 필요성까지, 차별을 둘러싼 거의 모든 쟁점을 망라하는 ‘시민 교과서’다. 우리가 ‘차별하지 않는다’는 안일한 착각에 머무는 동안 불평등의 고리가 얼마나 더 단단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착각을 깨고 공존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 이 책은 차별 없는 사회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통찰과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