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 심판 배정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과 현역 심판 간의 개인 메시지가 공개되며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국제무대 경험이 풍부한 심판이 배정에서 제외된 정황도 확인됐다.
올 시즌 K리그에서 활동 중인 여성 심판은 두 명이다.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했던 A심판과 특혜 논란으로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B심판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진희 위원장과 B심판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며 “이 정도면 특혜 아니냐”고 질의했다. 문진희 위원장은 “개인적 대화일 뿐, 배정과는 무관하다”며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배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불신은 해소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심판 배정표에 따르면, B심판은 올해 총 48경기(주심 9회·VAR/AVAR 13회·대기심 26회)에 배정됐다. 지난해 41경기에 이어 2년 연속 40경기 이상을 소화한 셈이다. 월평균 5경기꼴로 꾸준히 배정돼 대부분의 남자 심판보다도 높은 수치다. 시즌 초(2월)부터 막판(10월)까지 공백 없이 이름을 올렸으며, 주심·대기심·VAR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배정됐다.
B심판은 국제심판이지만, 능력에 관해선 의문 부호가 붙는다. 시즌 중에도 여러 차례 판정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벽과 공의 거리를 잘못 측정했다는 항의가 제기된 경기에서는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시 현장 중계진과 팬들 사이에서도 “프로 무대에서 보기 어려운 실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B심판은 이후 경기에서도 꾸준히 배정돼 ‘특혜 의혹’에 불을 지폈다.
반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주심 등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던 C심판은 올해 단 4경기(모두 AVAR) 출전이 전부였다. 마지막 배정은 5월 23일 경기로, 5개월 넘게 경기장에 서지 못했다. 문진희 위원장이 심판위원회를 맡기 이전이던 2024년에는 15차례 경기장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C심판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TWO 심판진에도 포함될 정도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심판들 사이에선 곧 월드컵 무대를 밟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현재 C심판은 프로 무대가 아닌 세미프로리그인 K3리그(3부) 심판으로 활동 중이다.
심판 배정의 형평성을 두고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한 심판은 본지에 “배정은 경기력과 평가 점수에 따라 이뤄지지만, 특정 심판이 유독 많은 경기에 투입되면 의심이 생긴다”며 “특히 FIFA가 인정한 국제심판이 국내에서 배제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K리그 심판 배정은 협회가 관리하고, 리그 내 징계는 프로축구연맹이 담당한다. 하지만 심판 통제권이 2020년 협회로 넘어간 이후, 판정 논란과 징계 불균형이 반복되면서 신뢰는 더 흔들리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개인 메시지 공개와 배정 불균형 논란은 그 구조적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프로 무대의 기본은 공정성이다. 심판이 흔들리면 경기의 의미가 사라진다. 대한축구협회는 “심판 배정은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고 해명했지만, 어떤 평가 기준과 절차가 적용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장에서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배정하는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오심보다 더 큰 문제는 불투명한 시스템”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지는 이번 사안에 관한 문진희 위원장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 모바일 메시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본지는 문진희 위원장의 반론을 보장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공식 입장이 확인되는 즉시 별도 기사 등으로 반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