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2025.10.23. / 투어코리아 이창호 기자
[투어코리아=이창호 기자] 대청도에서 배로 30분, 서해 끝자락의 신비로운 섬 백령도(白翎島)에 닿았다.
인천항에서 4시간을 항해해야 만날 수 있는 이 섬은 북한과 불과 몇 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군사 요충지이자, 동시에 ‘흰 깃의 섬’이라는 이름처럼 순백의 자연과 평화의 상징이 공존하는 곳이다. 최근 백령도는 8억 년 전 지층을 간직한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의 핵심지로 주목받으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추진 중이다.
8억 년 선캄브리아기 지층,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도전
두무진 전경. 2025.10.23. / 투어코리아 이창호 기자
우리나라에서 15번째로 큰 섬인 백령도는 면적 51.12㎢, 인구 약 5천 명의 섬이다. 이곳의 지질은 8억 년 전 선캄브리아기의 지층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한반도 서쪽 지각 변동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귀중한 연구지로 평가받는다.
인천시는 이 가치를 바탕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추진하며 주민과 함께 세계적 자연유산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최근 북한이 유네스코에 ‘등재 반대 의견’을 공식 제기하면서 절차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 신청은 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라며 “국제 협의 절차가 원만히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2의 해금강’ 두무진, 천연 활주로 사곶 해변의 경이
두무진 전경. 2025.10.23. / 투어코리아 이창호 기자
백령도 북서쪽 끝에 자리한 ‘두무진(頭武津)’은 ‘제2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백령도의 상징이다.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절벽 사이로 신선대,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등이 장관을 이루며, 배를 타고 해상에서 바라보는 실루엣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이곳 맞은편으로는 북녘의 장산곶과 몽금포 해안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며 찾는 평화의 상징지로도 알려져 있다.
사곶천연비행장(천연기념물 제391호) 전경. 2025.10.23. / 투어코리아 이창호 기자
또한, ‘사곶천연비행장(천연기념물 제391호)’은 규조토로 이루어진 단단한 해변 위에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천연 활주로다. 이탈리아 나폴리와 함께 전 세계에서 단 두 곳뿐인 자연 해변 활주로로,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듯한 백령도의 상징적 풍경을 자랑한다.
파도 소리 천연 음악, 콩돌 해안과 화산활동 증거
콩돌 해안 전경. 2025.10.24. / 투어코리아 이창호 기자
백령도만의 독특한 지질학적 특징을 보여주는 곳은 남포리 콩돌해안이다. 파도에 깎인 백색, 적갈색, 청회색 등 다양한 색의 자갈(콩돌)이 해변 가득 덮여 있으며, 파도에 부딪히며 내는 ‘찰랑찰랑’ 소리는 백령도만의 천연 음악이다. 이 자갈들은 백령도의 모암인 규암이 오랜 세월 파식작용으로 마모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진촌리 현무암 전경. 2025.10.24. / 투어코리아 이창호 기자
이와 함께 진촌마을 일대에 분포하는 약 4㎢ 규모의 현무암 지대와 겹겹이 쌓인 용암층은 한반도 서부지역의 화산활동을 증명하는 중요한 지질학적 증거로 평가된다.
‘i-바다패스’ 섬 관광 활성화 견인… 관광객 33% 증가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7월 1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민선 8기 출범 3주년 기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지난 3년간의 주요 성과와 향후 시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025.07.01. / 투어코리아 이창호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추진한 ‘i-바다패스’ 사업은 백령도를 포함한 섬 관광 활성화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올해 8개월 동안 인천과 섬을 오간 여객선 이용은 전년 대비 33% 증가했으며, 특히 타지역 이용객이 52% 늘었다. 관광 매출 역시 전년보다 35.6% 상승한 213억 원을 기록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 관광객은 “교통비를 절약한 덕분에 현지 숙박과 체험을 더 즐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백령도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지질, 생태, 안보, 평화, 그리고 섬 사람들의 삶이 함께 숨 쉬는 살아있는 기록의 섬이다. 푸른 파도와 바람이 그려낸 시간의 풍경 속에서 백령도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