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런던으로 돌아가 팬들 앞에서 인사드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 감정적으로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이 최근 동영상 채널 ‘슛포러브’에 출연해, 토트넘 홋스퍼의 레전드 동상 프로젝트 추진 소식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처음으로 직접 밝혔다.
진행자가 “만약 토트넘 팬들에게 결정권이 있다면 내일 바로 손흥민의 동상을 세우고 싶다”고 말하자, 손흥민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동상 건립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 대신 구단과 팬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손흥민은 “그동안 이야기할 타이밍이 없었는데, 이제는 말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는 “그때는 이적과 관련된 일이 진행 중이었다. 한국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지만 팬들에게 직접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다”면서 “런던으로 돌아가 팬들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팬들도 나를 직접 보고 인사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그날이 오면 감정적으로 매우 특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지난여름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의 친선전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났다. 이 경기가 그의 토트넘 고별전이 된 셈이다.
런던에서 현지 팬들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음에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손흥민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토트넘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레전드 동상 건립 프로젝트를 공식화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영국 토트넘 전문 매체 ‘스퍼스웹’은 최근 보도에서 “토트넘 팬들이 수년간 원해온 전설 기념 동상 설치가 현실화될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단 CEO 비나이 벤카테샴은 “팬 자문위원회와 협력해 경기장 주변에 설치할 최적의 장소를 검토 중이며, 첫 번째 동상 주인공은 팬 투표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단기 이벤트가 아닌 장기 계획의 일부이며, 구단은 이미 실질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매체에 따르면 토트넘은 수개월 내로 팬 투표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첫 번째 동상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통적인 후보로는 1960~70년대 구단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빌 니콜슨 감독과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266골) 지미 그리브스가 꼽힌다.
하지만 최근 팬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21세기 토트넘을 대표하는 인물은 손흥민”이라는 의견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손흥민은 2015년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후 10년 동안 454경기에 출전해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기준으로 구단 최다 공격포인트 중 하나에 해당한다.
그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2021-2022시즌)을 차지했으며, 주장으로서 토트넘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토트넘 팬들이 17년간 기다린 메이저 트로피였다.
이러한 업적은 단순히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해리 케인, 루카스 모우라, 에릭센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난 뒤에도 손흥민은 남아 팀의 재건을 이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주장으로서 구단의 무관의 굴레를 끊었다는 점은 손흥민을 구단의 진정한 ‘레전드’로 평가하는 이유다. 현지 팬들 사이에서도 잉글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스트라이커인 케인보다 손흥민이 더 위대한 토트넘 선수라는 평가도 자주 언급된다.
‘스퍼스웹’ 역시 “팬들은 손흥민을 현대 토트넘의 상징으로 부른다”면서 “그는 단순히 뛰어난 공격수였을 뿐 아니라, 팀의 문화와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하며 손흥민이 동상 프로젝트의 첫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지난해 UEFA 유로파리그 우승 직후, 브라질 공격수 히샬리송은 자신의 SNS에 손흥민의 동상 합성 이미지를 올리며 “토트넘, 제발(Spurs, please)”는 문구를 남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팬들의 열망 역시 SNS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토트넘 관련 커뮤니티 ‘투 더 레인 앤드 백’은 26일 공식 계정을 통해 “이 남자의 동상을 세워라”라는 문구와 함께 손흥민의 사진을 게재했다. 이 게시물은 하루 만에 수만 건의 ‘좋아요’를 받으며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한편, 손흥민은 LAFC에 합류해 MLS에서 새 도전을 시작한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대중지 ‘더 선’은 최근 손흥민의 ‘단기 유럽 복귀 가능성’을 보도했다. 그가 MLS 비시즌 기간 동안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MLS는 2월 개막해 12월에 시즌이 종료되는 춘추제 리그다. 따라서 12월 이후 손흥민에게는 약 두 달간의 오프시즌이 생긴다. 이 시기에 그가 유럽 리그, 특히 친정팀 토트넘으로 단기 임대 복귀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형태의 복귀는 과거 데이비드 베컴, 티에리 앙리가 활용했던 계약과 유사하다.
이처럼, 손흥민은 토트넘을 떠났음에도 꾸준히 그의 이름이 북런던에서 언급되고 있다.
팬들 역시 아직 마음속에서 손흥민을 떠나보내지 못한 모습니다.
사진=슛포러브 채널 캡처 / 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