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수도권 청약시장은 이미 얼어붙은 분위기다. 규제지역의 중도금 대출 비율이 60%에서 40%로 축소되면서, 실수요자들이 감당해야 할 자금 부담이 급증했다. 이에 “결국 집 사지 말란 말 아니냐”는 불만이 현장에서 터져 나온다.
이번 대책에 따라 10월 16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는 모두 새 기준을 적용받는다. 분양대금 구조는 보통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인데, 중도금 대출이 40%로 제한되면 계약자는 그만큼 현금을 더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15억 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이전에는 9억 원 중 6억 원을 대출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3억 원을 추가로 자비로 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잔금대출 규제까지 더해졌다. 잔금대출 한도는 1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 원, 15억~25억 원 이하는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으로 제한된다. 사실상 수도권 대부분의 신규 아파트가 이 기준에 걸리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급격히 줄어든 셈이다.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르던 관행도 6·27 대책으로 봉쇄되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나 신혼부부는 청약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 오르는데 자금줄 막혀… 건설사도 ‘울상’
서울의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이미 전용 84㎡ 기준 15억 원을 넘어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551만 1000원으로, 평균 분양가가 15억 원 중반대에 이른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더 내려갈 가능성도 낮아,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건설 현장의 중대재해 처벌을 강화한 것도 부담 요인이다. 공사 지연이 발생할 경우 추가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비는 오르는데 자금줄은 막혔다”며 한숨을 내쉰다.
문제는 청약 조건도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점이다. 규제지역에서는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24개월 이상이어야 1순위 자격이 주어지고, 일반공급과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가구주만 신청할 수 있다. 비규제지역에서는 12개월 가입만으로도 1순위가 가능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추첨제 물량 비중도 줄어, 당첨 가능성은 가점이 높은 사람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청약 시장은 ‘가점과 현금’을 동시에 갖춘 일부 계층만 진입할 수 있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중산층이 사실상 배제되는 청약 구조”라며 “정부가 공급 확대를 내세우지만, 실수요자 접근성이 떨어지면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도금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분양 중도금은 철거비와 초기 공사비 등 사업비 충당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대출이 막히면 자금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자금난이 심화되면 둔촌주공 사태처럼 공사 중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대책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명분 아래 실수요자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긴 셈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가 엇박자를 내면서, 주거사다리를 오르려던 무주택자들의 발목이 잡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서민에게는 대출 제한이 아니라, 대출 절벽으로 다가온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