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이후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빠르게 재개발 빌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규제의 직격탄을 피한 재개발 구역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빌라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를 전면 금지하도록 했다. 이는 급등세를 보였던 정비사업 단지의 투기적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문제는 재개발의 관리처분인가 단계의 경우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보다 통상 2~3년 늦게 적용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러한 규제의 공백을 활용해 재개발 빌라 매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미아2구역 내 한 빌라(전용 23㎡)가 4억7,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주택은 2018년 거래가만 하더라도 2억6,000만 원에 손바뀜되었기에 약 5년 만에 2억 원 이상 오른 셈이다.
같은 건물의 빌라의 전용 35㎡가 올해 3월 4억2,000만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면적 대비 단가가 더욱 높아졌다는 의미다.
미아2구역은 현재 조합설립인가까지 완료된 상태로 서울시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 정책을 적용한 첫 번째 사업지다.
시에서는 2026년 상반기 통합심의와 하반기 사업시행인가를 목표로 추진 중이며 2027년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2030년 상반기 착공이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용산 이촌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발표된 이후 정비사업이 가능한 빌라를 찾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라며 “아파트는 대출 규제가 엄격한 반면, 빌라나 다가구주택은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쉽고 향후 재개발 추진 시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규제 엄격한 아파트 대신 빌라 찾는 수요 늘어나
관악구 봉천14구역의 한 빌라(전용 31㎡) 역시 이달 15일 7억 원에 거래되며 2020년 4억3,000만 원 대비 약 2억7,000만 원 상승했다. 성동구 응봉동 모아타운 대상지 내 빌라(전용 48㎡) 역시 최근 4억 원에 거래돼 2022년보다 7,000만 원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아직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은 재개발 구역이나 2018년 1월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한 지역으로 수요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현행 규정상 2018년 1월 24일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재건축·재개발 구역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지만, 그 이전 인가 단지는 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아현 2·3구역, 노량진 2·4·6·7·8구역, 흑석 9구역 등이 대표적인 비규제 재개발지로 꼽힌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단지는 조합 설립 이후 바로 거래가 막히지만,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시점까지 2~3년의 유예가 있어 그 기간 동안 투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