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에서 ‘굿뉴스’까지, 설경구를 바꾼 감독 변성현 “상상력을 설득시키는 사람” [영화人]

‘불한당’에서 ‘굿뉴스’까지, 설경구를 바꾼 감독 변성현 “상상력을 설득시키는 사람” [영화人]

‘굿뉴스’로 아직도 새로운 얼굴이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인 배우 설경구를 만났다.



그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이름도 출신도 베일에 싸인 해결사 ‘아무개’를 연기했다. 비상한 머리와 빠른 임기응변으로 권력의 수요에 따라 암암리에 나라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그림자 같은 인물. 평양을 향해 날아간 일본 여객기를 어떻게든 대한민국 땅에 내리게 하라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의 회유와 압박을 받자, 공군 중위 서고명을 앞세워 상상 밖의 해법을 모색하는 존재다. 설경구는 이 추상적 캐릭터를 두고 “안 해봤던 역할이라 기대보다 걱정이 더 많았다”며 “어디 기댈 데가 없는 인물을 끝까지 의심하면서 찍었다”고 말했다.

관객 앞에 작품을 내놓는 마음은 담담했다. “개봉하든 공개하든 마음은 비슷하다.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국내 개봉에 앞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한 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 번 관객을 만난 적 있는 설경구는 “토론토는 분위기 자체가 관대하고 박수 쳐줄 준비가 돼 있는 관객들이라 항상 반응이 좋다. 토론토에서 먼저 영화를 본 뒤 한국 반응이 궁금해 부산에서 봤는데 초반엔 일본 배우들 분량이 이어지니 다들 ‘이건 일본 영화인가’ 싶은 공기가 느껴졌다. 20분쯤 지나면서 서서히 풀리더라. 그때 조금 안심했다.”라며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설경구가 연기한 ‘아무개’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인물이었다. 이런 인물의 연기에 도전하면서 어떤 목표를 세웠냐고 물으니 “추상적인 캐릭터를 처음 받아봤다. 섞이지 말고 ‘떠 있으라’는 주문이 계속됐다. 권력자 앞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 접근하자고 감독이 설명하더라. ‘아무개가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라’고. 그래서 과장되고 크게, 때로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며 설명자가 되는 톤까지 요구됐다. 연극적 과장이 호불호를 가른다는 걸 안다. 자유롭게 보이면 신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조심스러웠다. 이 인물은 권력의 ‘개’에 가까운 존재다. 소원을 미끼로 조정당하고, 왜곡을 진실처럼 판깔아주는 사람이라 내 감정을 마음껏 드러낼 여지도 거의 없다.”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었기에 따로 목표나 의미를 갖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무개’의 외양은 ‘이상함’을 목표로 세공됐다. “어떻게 하면 이질적으로 보일까를 고민했다. 얼굴에 커다란 점을 세 개나 붙이자고 하더라. 아무리 봐도 얼굴에 점 밖에 안 보일거 같아서 결국 하나로 합의했고, 모자는 촬영 당일 쓰는 걸로 결정했다. 신발은 일부러 볼품없어 보이게 했다. 상대가 얕잡아보게 만드는 장치였다.” 걸음걸이와 실루엣도 정상적이지 않기를 택했다고. “느리다가 급해지면 갑자기 빠르고,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을 주려고 몸을 항상 삐딱하게 했다. 존재감은 미미해 보이지만 뒷통수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기척을 남기려 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적 선택에 대한 의심도 숨기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봤을때 스케일도 방대하고 블랙코미디여서 진입장벽이 높은데 걱저이 되더라. 블랙코미디라는 타이틀만 붙이고 아무도 그렇게 못 느끼면 실패라고 생각한다. 만들면서도 걱정이 많았다.”라고. 하지만 영화의 완성본을 본 뒤 평가는 달라졌다. “책보다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라고 짧지만 확신에 찬 평가를 하는 설경구의 톤에서는 만족감이 드러났다.

“초반에는 ‘이게 맞나’를 계속 물었다. 그런데 변성현 감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전체 타이밍과 톤을 머릿속에 갖고 있었다. 그걸 믿고 따라가자고 마음을 바꾸니 촬영이 굴러가기 시작했다.”며 무려 4번이나 호흡을 맞춘 변성현 감독이었지만 새삼스레 좋은 감독임을 느꼈다는 고백을 했다. 변 감독의 연출이 돋보였던 장면으로 그는 권력관계를 계단 블로킹으로 표현한 미장센을 언급했다. “중정 부장과 대립하는 장면에서 한쪽은 내려보고 한쪽은 올려다보게 했다. 관계가 뒤집히는 순간에는 인물들의 위치도 바꿨다. 상하의 서열과 흔들림을 공간으로 보여주려 했다.”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에 대해 “나의 시야를 바꿔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변 감독과 함께한 작품이자 설경구에게 ‘불혹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안겨준 ‘불한당’ 촬영 초반을 회상하며 “그때도 초반에는 ‘이게 말이 돼?’를 입에 달고 살았다. 감옥 안에서 격투를 벌이고, 감옥 문화도 우리나라 같지 않고. 그런데 그 사람의 상상력이 화면에서 설득되는 순간이 오더라. 전에는 판타지 장르를 싫어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사진 찍듯 사실만’을 고집하던 제가, 상상력을 실제처럼 구현하는 게 영화라는 걸 변성현 감독 때문에 받아들이게 됐다.”며 그 덕에 상상력이 풍성하게 반영되는 작품도 함께 연속해서 작업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변성현 감독의 작업에 어떤 매력이 있냐는 질문에 스태프에 대한 팀웍과 신뢰를 이야기했다. “변감독의 현장은 촬영감독·미술감독 같은 주요 스태프가 거의 안 바뀐다. 다른 작품을 준비하다가도 변감독이 작업하자고 하면 준비하던 걸 포기하면서까지 기다려줄 정도의 신뢰 관계가 있다. 스타일리시함을 포기하지 않는 스타일이 딱 정착된 느낌.”이라며 변감독 특유의 스타일 비결을 꼽았다.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에게 어떤 존재일까? “평소에 자주 만나서 긴밀히 통화하는 사이는 아니다. 궁금한 건 현장에서 묻고, 현장에서 믿고 가는 관계.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서 농담 섞인 ‘결별’ 언급이 있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 아니겠나. 저한테 맞는 새로운 캐릭터가 오면 감사할 일이고, 그건 그때 가서 봐야 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변성현 감독과의 작품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했다.

‘굿뉴스’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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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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