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통과됐지만 구속력 없다”… 상가 관리비 명시 의무화, 실효성 논란

“법은 통과됐지만 구속력 없다”… 상가 관리비 명시 의무화, 실효성 논란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국회가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가 관리비의 불투명성을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통과됐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행정지도에 불과한 조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법이 규정한 것은 ‘표준계약서에 관리비 항목을 명시하라’는 지침 수준으로, 임대인이 이를 어겨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비구속적 조항이기 때문이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임대인이 상가임대차 표준계약서에 관리비 항목을 명시하고, 임차인이 요청할 경우 그 내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취지는 관리비 명목의 임대료 인상이나 불투명한 비용 전가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한선이나 산정 기준, 검증 절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관리비 항목을 ‘적는 것’만 의무화했을 뿐, 얼마나 받는지가 적정한지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서울 여의도 부동산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는 “관리비는 임대차의 핵심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사실상 ‘양날의 칼’”이라며 “표준약관 형식의 지침일 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결국 하나의 행정지도 성격에 불과해 임차인에게 실질적인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시장에 ‘이 정도는 명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주는 수준의 의미는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개정안이 “형식적 투명성 강화”에 그칠 가능성을 우려한다. 임대인이 관리비 항목을 세분해 적더라도 총액을 조정하거나 새 항목을 만들어 인상분을 반영할 여지가 남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항목을 늘려 쓰면 결국 부담이 커진다”는 반응이 많다.

부동산 3대장으로 불리는 용산 삼각지 근처 상가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또한, 법에 규정된 ‘임차인의 내역 요청권’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임대인이 내역 제공을 미루거나 거부해도 강제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이의를 제기하려면 소송 외에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이 관리비 공개의 첫걸음이 될 수는 있지만, 공시만으로는 실질적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표준계약서 기재 의무를 넘어, 향후 표준단가 제도나 관리비 회계검증제 같은 실질적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향후 시행령에서 관리비 항목의 정의나 표기 기준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법 개정은 ‘투명화’라는 이름 아래 행정지침 수준의 장치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 법률의 외피를 썼지만, 실제로는 표준약관의 권고 조항으로 끝나 구속력이 없다. 관리비 항목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임대료 우회 인상이나 불공정 청구를 막을 수 없다. 진정한 투명화는 표기보다 검증이며, 법이 현실을 바꾸려면 행정지침을 넘어선 강행규정화가 필요하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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