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정인 기자] ‘출장 마사지’로 위장해 전국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주로 외국인 여성에게 법정 이자율을 초과해 돈을 빌려준 뒤, 이를 빌미로 성매매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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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풍속범죄수사팀은 불법대부업을 운영하며 수도권과 강원·전라·경상도 등 전국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는 일당 34명을 검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약 4년간 25억원에 달하는 범죄 수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돼 경찰이 환수 조치에 나섰다.
범죄 조직을 총괄한 30대 남성 A씨는 성매매처벌법(성매매강요)와 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 구속 송치됐고, 나머지 조직원 33명은 불구속 상태로 지난 24일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 고리의 사채를 굴리고 이를 미끼로 성매매를 강요하는 식으로 성매매 여성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 사이트와 전단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했는데 이 같은 홍보물을 확인한 경찰이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일당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단속해 A씨 등 8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곳에서 입수한 휴대전화 42대를 포렌식 분석해 전국 각지에 있는 ‘콜기사’들과 주고받은 연락을 확인했고, 공범 26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해당 조직은 총책 A씨와 동업자 관계인 B씨를 중심으로 예약담당 실장과 운전기사, 성매매 여성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운영됐다. 이들은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대포통장을 이용하고 철저하게 비대면으로만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핵심 운영자들은 자신들은 출장 마사지 업장만 운영했을 뿐 성매매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꼬리 자르기’를 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에게 법정 이자율을 초과한 대출을 받은 뒤 “갚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취지의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한 태국 국적의 여성을 발견해 성매매 피해자 보호기관의 도움을 받도록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국외 도피 중인 동업자 B씨와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공범과 성매수자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라며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 중 강요에 의한 성매매나 인신매매 피해사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지원을 촘촘히 하기 위해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