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려아연, 3번째 국가핵심기술 불발…脫中 핵심 ‘안티모니’ 탈락

[단독]고려아연, 3번째 국가핵심기술 불발…脫中 핵심 ‘안티모니’ 탈락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고려아연이 세 번째로 국가핵심기술로 추진했던 안티모니 제련 기술이 정부 최종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수·방위산업의 필수 소재인 안티모니는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이 최근 미국과 통상전쟁을 벌이며 수출 통제에 나선 전략광물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이 산업통상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던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은 최종 핵심기술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같은 시기 신청했던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은 지난 1일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포함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종적인 전문의원회 심의·검토 과정을 통해 헤마타이트는 핵심기술로 인정했지만, 안티모니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더이상 추가적인 절차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티모니는 탄약과 방산 전자장비, 방호 합금 등 방산 분야 핵심 소재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광물인 만큼 각국이 법령에 근거해 중점 관리하고 있다. 다만 최근 안티모니 시장을 독점한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해졌다. 이에 국내에서 안티모니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고려아연은 지난해부터 미국 방산업체에 안티모니를 직접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100톤(t), 내년에는 240t으로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당초 산업부에 기존 건식 제련법에 비해 제조원가를 60%를 낮춰 경제성과 효율성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들어 안티모니 제련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또 방위 산업과 첨단기술 산업에 필요한 희소금속이자 중국의 전략 자원화 정책에 대응해 해외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연달아 추진하는 것은 현재 진행형인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11조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M&A), 합작 투자, 기술 투자 등을 진행하려면 사전에 산업부 승인을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 승인이나 신고를 하지 않고 해외 인수합병을 진행할 경우 산업부는 해당 건에 대해 중지나 금지, 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를 올린 뒤 지분을 팔아 수익을 내는 MBK의 바이아웃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니켈 함량 80% 초과 전구체 설계·제조 공정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바 있다. 또 아연 제련 공정 과정에서 적용하는 저온·저압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편입됨에 따라 추후 등재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전략광물 사업은 단순한 신사업 확장이 아니라 자원 주권 확보라는 국가적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며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광물 자립은 산업을 넘어 안보 사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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