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재편 속도전②] ‘통합 LCC’로 1위 노리는 진에어…단거리 집중 승부

[LCC 재편 속도전②] ‘통합 LCC’로 1위 노리는 진에어…단거리 집중 승부

국내 저비용항공(LCC)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신규 항공사까지 등장하며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노선 중복으로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9개 LCC 항공사들이 같은 하늘길에서 맞붙는 가운데, 수익성 확보는 업계 전반의 과제가 되고 있다. 항공사들이 저마다 M&A(인수합병), 기업 통합 등을 통한 생존 전략에 힘쓰는 이유다. 이에 따른 시장 재편도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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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 B737-800. [사진=진에어]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진에어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 재편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진그룹이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을 통합, 단일 LCC 출범 계획을 밝히면서 업계 순위 변동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진에어는 한진그룹 항공 계열사로, 그룹 비전에 보폭을 맞추며 운항 시스템, 안전 인프라, 기재 운영 효율 등 ‘운영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실제 통합 진에어가 출범하면 국내 최대 LCC 규모를 자랑하게 된다. 25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진에어(31대)를 포함해 에어부산(21대), 에어서울(6대)의 보유 기재를 합치면 총 58대에 이른다. 단일 LCC 기준으로는 제주항공(45대)과 티웨이항공(45대)을 모두 앞선다.

통합은 단순히 항공기 숫자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기재·정비·운항 시스템이 일원화되면 항공기 구매·리스 협상력이 강화되고, 연료·부품 조달 비용도 낮아지는 등 비용 구조 전반에서 규모의 경제가 기대된다. 노선 운영 측면에서도 효과가 예상된다. 통합 이후 중복 노선을 정리하고 슬롯을 재배치하면 수요가 높은 노선에 더 많은 기재를 투입할 수 있어 탑승률과 노선당 수익성이 함께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진에어의 역할도 명확해진다. 모회사인 대한항공이 장거리와 프리미엄 수요를 맡고, 진에어는 단거리·관광 노선에 집중하는 구조로 시장을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중복 경쟁을 줄이고 그룹 전체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지난 3월 대한항공 신규CI 공개 행사에서 “대한항공 산하의 LCC는 수요가 많은 부분을 중심으로, 단거리 노선에 집중을 할 예정”이라며 “가장 경쟁력 있는 기종을 선택해 진에어 등에 배치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선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결국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체력을 갖추기 위한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항공대 김광옥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LCC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통합과 M&A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리스료나 정비비 같은 고정비를 낮출 수 있고, 그래야 가격 경쟁력과 운영 효율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에어부산·에어서울과의 통합 LCC 출범을 앞두고 운항·정비·시스템 전반에서 기반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운항지원 체계에서는 비행업무 통합 관리 시스템(EFB)을 도입하고 차세대 운항통제시스템(OCC) 구축을 추진 중이다. EFB는 조종사가 각종 운항 정보와 매뉴얼을 태블릿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며, OCC는 항공기 위치, 스케줄, 기상 상황 등을 통합 관리하는 운항 컨트롤 플랫폼이다. 이 밖에도 전자 항공정보 시스템을 개편했고, 내년에는 약 220억원 규모의 시뮬레이터도 도입할 예정이다.

정비 부문에서는 올해 3월 에어버스 정비교육 시스템(ACT)을 적용해 정비 고도화를 시작했다. ACT는 실제 항공기와 동일한 3D 환경에서 장비 위치 확인부터 고장 상황 대응까지 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항공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항공기 상태관리(AHM)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조종사 훈련 기준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기반 시뮬레이터 훈련과 운항 준비 자동화 등 현장 프로세스 전반도 정비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안전과 신뢰를 기반으로 운항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효율적인 기재 운영과 노선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통합 LCC 출범 준비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진에어 여객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긍정적인 전망 뒤에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진에어가 운항 효율과 시스템 개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재무 구조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항공업 특성상 항공기 리스와 초기 투자 비용으로 부채비율이 높게 형성되지만, 여기에 통합 대상 기업까지 감안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진에어의 부채비율은 365%로 업계 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에어부산(445%)과 에어서울까지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에어서울은 지난해 말 자본총계 –139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고, 올해 5월 약 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이후에야 자본총계가 402억원으로 플러스로 전환됐다.

에어서울의 지난해 말 부채총계(4183억원)가 유지됐다는 전제 하에 부채비율은 약 1040%로 개선된다. 항공업 특성상 높은 부채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항공업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향후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재무 부담과 운영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운영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광옥 교수는 “통합은 부작용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노선 중복이나 조직 문화 충돌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회사를 합치는 수준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과 노선 포트폴리오까지 다시 설계하는 전략적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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