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세트피스 혁명’의 뿌리가 무려 10년 전 선수 시절부터 시작된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고백했다.
아르테타의 철저한 준비와 혁신적인 접근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강의 세트피스 팀으로 변모한 아스널의 최고 무기가 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아르테타 감독은 크리스털 팰리스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트피스에 대한 나의 연구는 10년 전, 아직 선수로 뛰던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10년 전 나는 ‘세트피스는 축구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체계적인 방법을 만들고 최고의 사람들과 함께 그 비전을 실현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아르테타는 2014-2015시즌을 끝으로 아스널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는 은퇴하기 전부터 이미 지도자 자격증 이수를 위한 과정 중에 세트피스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다고 밝혔다.
■ 맨시티에서 배운 ‘완벽주의’…“내가 최고가 아니면, 최고를 찾아야 한다”
아르테타는 이후 맨체스터 시티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수석코치로 일하며 더 큰 영감을 얻었다.
“맨시티에 갔을 때, 세계 최고의 감독과 함께 일하면서 우리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히 보였다. 당시 나는 세트피스를 직접 맡기도 했지만, 솔직히 내가 그 분야의 최고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가 최고가 아니라면 최고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변화가 바로 효과를 냈다.”
이 말은 곧, 아르테타가 2021년 여름 영입한 세트피스 전문 코치 니콜라스 조버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했다.
니콜라스 조버는 맨시티와 브렌트포드에서 이미 ‘세트피스 천재’로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조버 코치가 아스널에 합류한 이후, 팀은 공중볼 상황과 세트피스 득점에서 프리미어리그 최상위권으로 도약했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2023-2024시즌부터 현재까지 아스널은 세트피스 상황에서만 43골을 넣었다. 이는 리그 2위 에버턴(33골)보다 무려 10골이나 많다. 2025-2026시즌 현재 이미 모든 대회를 통틀어 12경기에서 10골을 세트피스로 만들어냈다.
아르테타는 이를 두고 “나는 세트피스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 팀이 더 발전할 방법을 찾고, 더 효율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팀이 되게 하려는 열망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 “세트피스가 다른 득점 방식보다 중요하지 않다…하지만 똑같이 강력하다”
기자들이 “세트피스가 오픈플레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르테타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더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동등하게 중요하다. 상대를 해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 영역을 지배해야 한다.”
아르테타 감독은 이어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부분이 경기마다 반복적으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점점 힘들어진다. 물론 모든 팀이 그런 걸 원한다. 하지만 그것을 매 경기 실현시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 ‘세트피스 최강’으로 통하는 아스널
아스널은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세트피스 팀’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코너킥이나 프리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별 위치 선정, 세컨드볼 대처, 선수별 움직임 패턴까지 세밀하게 설계돼 있다.
실제 아르테타는 훈련장에서 세트피스 상황을 전술 분석 소프트웨어로 시뮬레이션하며, 선수들에게 ‘왜 이 움직임이 필요한지’를 직접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철저한 훈련 루틴 덕분에, 아스널은 세트피스를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전략적 무기로 바꿔놓았다.
아르테타의 말처럼, 세트피스에 대한 그의 집착은 단순한 편향이 아니라 축구 철학의 확장이다. 그는 “팀을 끊임없이 진화시키고, 선수들에게 더 많은 도구를 제공해 효율적이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팀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세트피스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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