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국정감사는 늘상 있어왔던 언쟁 수준을 넘어서는 욕설과 막말, 그리고 조롱으로 얼룩졌다. 일부 의원들은 해묵은 개인적 감정을 표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사적 분풀이 논란도 일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장 가둬놓고 ‘조요토미 희대요시’ 조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은 연일 아수라장이었다. 첫날이었던 지난 13일 대법원 등에 대한 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여당 성향 의원들은 대선 기간에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된 것을 두고 ‘선거 개입 시도’라고 주장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조 대법원장이 인사말 직후 관례에 따라 이석하려고 하자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을 ‘증인’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서는 증인 선서 없이 곧바로 질의를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은 전례에 없는 “감금”이라고 반발했으나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과 만난 적 있느냐’, ‘한덕수와 만난 적 있느냐’ 등 질의를 강행했다.
논란이 된 장면의 주인공은 여당 성향의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다. 첫 질의자로 나선 그는 조 대법원장 얼굴과 일본식 상투를 합성한 사진에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적은 패널을 들어보였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합성한 것이다. 최 의원은 “조 대법원장 임명은 대법원을 일본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는 등의 주장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조희대 대법원장은 닮은 점이 없다”고 적으면서 “조롱이 아닌 성찰, 모욕이 아닌 역사적 교훈이 오늘의 정치가 배워야 할 자세”라고 했다.
◆반말은 애교, 욕설도 난무…”옥상으로”
상임위 곳곳에서 반말이 섞인 말싸움이 난무했다.
지난 14일 법사위 법무부 등 국정감사에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에게 “왜 혼자서만 계속 반말하세요. 연세 많으시다고 반말해도 됩니까”라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박 의원은 “해도 돼, 너한테 해도 돼”라고 받아쳤다. 신 의원과 박 의원이 다음날 한 라디오 방송에 차례로 나와서 사과의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뜬금없는 ‘문자’ 폭로와 욕설 공방으로 파행을 빚었다. 지난 13일 민주당 김영우 의원이 과거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으로부터 받은 ‘이 찌질한 놈아’라는 문자를 캡쳐해 국감장 화면에 띄우면서다.
박 의원은 국감장에서 ‘이 한심한 XX’라고 직격하면서 확전됐고, 신경전은 며칠간 계속됐다. 결국 16일 국정감사 도중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감사를 중지하고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에도 김 의원과 박 의원은 “한주먹 거리”, “옥상으로”, “넌 내가 이긴다” 등 말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퇴장 명령 남발…野, 직권남용 등 고발
상임위원장들의 일방적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MBC 국정감사 비공개 업무보고 중 특정 보도의 ‘불공정’을 문제 삼았고, MBC 보도본부장을 퇴장시켰다. 이에 MBC 기자회에서 성명을 내는 등 논란이 일었으나 최 위원장은 사과를 거부했다. 그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왜 부적절하다는 것이냐”고 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을 MBC 보도 개입 관련 직권남용·방송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본인에게 불리한 발언의 기사를 썼다고 해서 국감 현장에서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요구하는 것은 권력에 도취된 모습”이라며 “직권남용과 방송법 위반 문제에 대한 수사 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 위원장 딸 국회 결혼식도 논란이 됐다. 지난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진행됐는데, 과방위 피감기관이 보낸 화환 등이 논란이 됐다. 다만 최 위원장은 “화환을 보내 달라거나 참석해 달라거나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퇴장’ 명령 남발로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그는 지난 23일 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현지 부속실장 증인 채택,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등의 사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고성’과 ‘회의 방해’를 이유로 퇴장 명령했다. 다만 이 명령이 물리적 퇴장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국정감사가 정치쇼장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쇼츠용 언행, 분풀이성 퇴장 명령, (자신을) 기소했다고 사과를 요구하는 행태는 국민에게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방향을 제시하자는 국정감사의 취지와 정신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