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손흥민의 이름이 여전히 토트넘 홋스퍼에서 회자되고 있다.
손흥민은 2024-2025시즌 종료 후 토트넘과의 동행을 마무리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LAFC로 이적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직후, 그는 10년을 함께한 토트넘을 스스로 떠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부재는 생각보다 훨씬 큰 모양이다. 최근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토마스 프랑크 감독이 손흥민의 부재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밝히면서 큰 화제다.
토트넘은 지난 23일(한국시간) 열린 2025-202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3차전에서 AS모나코와 0-0으로 비기며 올시즌 공격력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영국 현지 매체 ‘스퍼스웹’은 프랑크 감독의 인터뷰를 인용, “모나코 원정 무승부는 겉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은 결과지만, 실상은 답답한 공격력의 연속이었다”며 “지난 10년간 토트넘은 손흥민과 케인을 통해 이런 경기의 균형을 깨뜨려왔다. 지금은 그들의 존재가 그립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프랑크 감독은 공격력 문제에 대해 “손흥민, 케인 같은 선수들이 없는 게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윌송 오도베르나 사비 시몬스, 모하메드 쿠두스 모두 재능 있는 선수들이지만 아직 성장 중이다. 쿠두스는 거의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고 있고, 아직 완전한 균형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프랑크 감독은 “10년 동안 토트넘은 손흥민과 케인 중 한 명, 혹은 둘 모두에게 의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없이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프랑크 감독의 언급처럼, 실제로 토트넘의 공격진은 손흥민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우지 못하고 있다.
쿠두스가 그나마 공격의 중심을 잡고 있지만, 상대 팀들이 쿠두스가 이끄는 토트넘의 오른쪽 측면 공격을 집중적으로 수비하면서 최근 경기에서 공격 전개가 단조로워졌다.
손흥민의 후계자로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은 시몬스는 기대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도베르나 텔같은 어린 자원들도 역시 아직 프리미어리그의 강도 높은 수비 앞에서 고전 중이다.
영국 주요 언론들도 역시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보도에서 “토트넘은 여전히 손흥민-케인 듀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디 애슬래틱’ 역시 “토트넘은 깊은 수비 라인을 허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손흥민의 폭발적 침투와 케인의 창의적 패스가 팀 전술의 핵심이었는데, 지금의 공격진으로는 이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손흥민과 케인은 토트넘을 떠난 뒤 여전히 자신들이 ‘월드클래스’임을 증명하고 있다.
케인은 현재 바이에른 뮌헨에서 17경기 23골 4도움을 기록하면 압도적인 득점 페이스로 32세의 나이에 발롱도르 수상이 점쳐지고 있다.
손흥민은 이에 비해 낮은 수준인 MLS지만, LAFC에서 MLS 10경기 만에 9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공격을 이끌고 있다.
단순히 득점만 하는 것이 아닌 동료들과의 연계를 통해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며 LAFC의 공격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트넘 현지 팬들로부터 손흥민 복귀설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다.
특히 최근 영국 대중지 ‘더 선’이 “손흥민의 계약에는 이른바 ‘데이비드 베컴 조항’이 포함돼 있어 유럽 무대로 단기 임대 복귀가 가능하다”고 보도하면서 팬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일부는 “손흥민이 겨울 이적 시장에서 AC밀란 혹은 친정팀 토트넘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영국 현지에서는 이 복귀설에 대해 “이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냉정한 평가가 지배적이다.
토트넘 커뮤니티 ‘홋스퍼 HQ’는 24일 “토트넘 팬들이 손흥민의 이적을 후회하고, 해리 케인처럼 한 번 더 ‘라스트 댄스’를 꿈꾸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복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매체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잉글랜드 이적시장은 1월 한 달만 열리고, 1월 31일이면 닫힌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복귀하더라도 겨우 한 달만 뛸 수 있다. 이는 토트넘 입장에서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다”며 현실적인 제약을 지적했다.
이어 “만약 영구 이적이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1년 뒤 또 같은 논쟁이 반복될 것이며, 손흥민의 이적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다. 토트넘은 언젠가 손흥민 없는 미래로 나아가야 했고, 지금이 바로 그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결국, LAFC와 토트넘 모두에게 이 거래는 실익이 없다는 결론이다.
끝으로 매체는 “토트넘이 장기 임대를 추진할 수도 있지만, 일정상이나 재정적으로나 그 어떤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면서 “특히 LAFC는 그를 시즌 도중 내보낼 이유가 전혀 없다. 결론적으로 손흥민의 복귀는 없다. 이 이야기는 이미 끝났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토트넘이 손흥민을 떠나보낸 시점은 어쩌면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다.
손흥민은 여전히 클래스가 살아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체력 부담과 잦은 부상 우려는 무시할 수 없었다.
구단은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했고, 손흥민 역시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자신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며 떠날 명분을 얻었다.
결국, 손흥민의 이적은 서로에게 아름다운 결별이었으며, 냉정한 현실인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