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선의 머니&엔터] ‘덕후몰이’ 벗는 버추얼 아이돌, K팝 트렌드 익히며 주류 도전

[박동선의 머니&엔터] ‘덕후몰이’ 벗는 버추얼 아이돌, K팝 트렌드 익히며 주류 도전

[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버추얼 아이돌의 음악이 주류 K팝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기술 발전과 함께 표현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음악적 접근 또한 폭넓게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버추얼 아이돌이 K팝 신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높인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문화광장에서 열린 MBC ‘버추얼라이브 페스티벌 with 쿠팡플레이'(VLF) 공연은 버추얼 아티스트들의 K팝식 현실공감 음악들의 향연을 이뤘다. 사진은 버추얼밴드 ‘오프이퀄스’ 호수와 가수 존박의 컬래버 무대.

음악계를 비롯한 여러 산업계 분석에 따르면, 최근 버추얼 아이돌의 음악은 특정 장르에 편중되던 경향에서 벗어나 K팝으로 인정받을 만한 다채로운 접근을 보이고 있다.

초기 버추얼 아티스트의 음악은 주로 ‘애니메이션’ OST 수준의 J팝 컬러감을 띠었으며, 강렬한 톤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과 신스팝 등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기술 구현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2D 기반 캐릭터의 특성과, 관련 장르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애니메이션 팬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초기 전략 때문이었다. 이러한 장르 편중성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플레이브 쇼케이스. 사진=블래스트

이러한 음악 흐름의 변화는 기술적 진화를 통한 캐릭터의 섬세한 동작 구현과 비주얼 묘사, 그리고 관련 IP(지식재산권)의 다변화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사례인 플레이브는 만화 속 세상(Caelum)에서 지구(Terra)로 넘어와 활동한다는 정교한 세계관 설정과 동적으로 구현된 감성적인 그림체 비주얼을 바탕으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청량감과 칼군무를 강조하는 정통 아이돌 팝을 기반으로 하며, ‘여섯 번째 여름’과 같은 곡을 통해 서정적인 감성을 극대화한 발라드 팝까지 소화하며 완성도 높은 공감 음악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현실과 버추얼의 구분을 뛰어넘어 ‘음악 본연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세계아이돌 프로필.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세계아이돌은 원천적인 버추얼 팬덤의 강력한 화력에 힘입어 독특한 제작 과정을 선보였으며, 한동안 게임 세계관이나 애니메이션 OST 풍의 록 사운드 감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들 역시 지속적인 소통과 함께 정교한 프로듀싱을 통해 K팝 컬러감을 익히는 모습이다. 최근 MBC ‘버추얼 라이브 페스티벌’에서 선공개된 신곡 ‘NAMELESS’는 전형적인 애니메이션 OST 록 감성의 ‘Be My Light’ 등 익숙한 곡들과는 달리 K팝 스타일의 카리스마 있는 호흡을 보여주며, 이세계아이돌 음악의 새로운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나이비스 ‘Sensitive’. 사진=MBC ‘쇼! 음악중심’ 캡처

버추얼 아이돌계 대표 주자들뿐만 아니라 주목받는 신예들 역시 K팝 컬러감을 입히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 ‘나이비스'(Nævis)는 최초 등장부터 최근 대표곡 ‘Sensitive’에 이르기까지 SM 엔터테인먼트 특유의 그루브 감각을 선보이고 있으며, 여러 커버 콘텐츠로 현실감 있는 음악 스타일을 표현하고 있다. 에스파 스토리와 연계된 실사형 캐릭터로 등장했던 나이비스의 정체성에 30년 SM K팝 노하우가 결합된 결과물들이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프로듀서 빕어를 중심으로 ‘사촌 자매’ 격으로 위치한 ‘플랜비(Plan B)’와 신인 그룹 ‘러비타(LUVITA)’는 각각 힙합과 R&B 기반의 현실 스트리트 감성과 하이퍼팝 등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음악들을 시도하며 새로운 영역을 드러내고 있다. ‘오프이퀄스’는 댄스 중심의 버추얼 아티스트들과는 달리, K팝 식 감성 모던록에 집중된 음악을 선보이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문화광장에서는 현실-버추얼 K팝 공연 MBC ‘버추얼라이브 페스티벌 with 쿠팡플레이'(VLF)가 열렸다. 공연중인 버추얼 그룹 러비타, 플랜비.

이처럼 버추얼 아이돌 음악은 최근 기술 발전에 따라 진화한 표현력과 함께 콘셉트와 세계관을 정교하게 다듬는 것은 물론, 주류 K팝 신과의 교류를 근거로 주요 소비층의 트렌드 변화에 맞춰 움직이며 다양하게 확장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장르적인 확대가 곧 주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활동 방식이 현실과 다른 만큼, 장르 확대뿐만 아니라 콘셉트와 세계관 설계, 정체성, 소통 방식 등 아티스트의 기본을 더욱 단단히 하고, 이를 유지하며 현실적인 공감대를 확대할 수 있는 방향을 현실 아티스트 이상으로 깊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문화광장에서는 현실-버추얼 K팝 공연 MBC ‘버추얼라이브 페스티벌 with 쿠팡플레이'(VLF)가 열렸다. 공연중인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

콘텐츠업계 한 관계자는 “장르 다변화는 현실과 버추얼을 불문하고 아티스트라면 기본적으로 취해야 할 요소다. 버추얼 신에서 현실 공감을 이끌어낸 플레이브나 현실 기준으로 버추얼 수준의 몰입감을 얻어낸 현실 뮤지션 QWER 등과 마찬가지로, 아티스트 본연의 정체성과 소통 방식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서국한 사단법인 한국버추얼휴먼산업협회(KOVHIA) 회장은 “버추얼 아티스트의 음악적 다변화는 음악 산업의 기술적 진보와 함께, 대중과 아티스트 사이의 소통 방식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버추얼 기술계나 음악 신 어느 한 방향이 아닌, 융합형 ‘NEXT K팝’ 시대를 향한 새로운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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