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희토류 패권 전쟁, K-산업의 생존 공식은?

[뉴스락 특별기획] 희토류 패권 전쟁, K-산업의 생존 공식은?

[뉴스락] 미·중 패권갈등 심화에 따른 ‘희토류’ 공급망 불안정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4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는 방산, 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등 현 산업 업계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또한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은 더욱 위기다. 특히 방산, 반도체, 전기차 사이클이 돌아온 지금 희토류 확보는 그만큼 중요해졌다.

이에 국내 산업 업계는 탈중국 희토류 확보·개발에 혈안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아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뉴스락>
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산업의 비상구를 탐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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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수출 허가제 무기화… K-산업 전반 비상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희토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걸었고, 미국 역시 이에 맞서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면서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가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중국산 희토류가 미량이라도 포함돼 있거나 중국의 제련·가공 기술을 활용한 경우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12월부터는 중국산 희토류 7종이 포함된 제품의 제 3국 수출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는다.

이에 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며 무역 보복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희토류는 ‘4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자리잡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 생산한 영구자석이나 반도체장비를 수출하거나 수입할 때도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산업 업계 전반은 비상이 걸렸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는 공급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 등 해외 매장지가 존재하지만, 정제 과정이 까다롭고 비용이 높아 대량 생산이 어렵다.

반면, 중국은 1990년대부터 환경 부담을 감수하며 정제 공정을 내제화해 원가 경쟁력과 대량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희토류를 둘러썬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곧 국내 산업계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전자·IT, 전기차·배터리, 에너지·신재생, 국방·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 전반에서 수급 차질과 원가 상승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과 재생에너지, 전기차,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희토류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투자와 생산 계확이 모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기업 ‘탈(脫)중국’ 희토류 확보전에 속도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최근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탈중국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LS에코에너지와 포스코인터네셔널이 희토류 확보와 정제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S에코에너지 베트남 생산법인 전경. 사진=LS에코에너지 [뉴스락]

LS에코에너지는 희토류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축으로 삼으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2023년 말 LS전선아시아에서 사명을 변경한 뒤, 해저케이블·희토류·데이터센터를 3대 신사업으로 설정했다.

지난 5월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내 자회사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200억원 규모의 희토류 생산설비 구축을 추진중이며, 현지 정제기술 고도화를 위해 영구자석용 소재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희토류 분리·정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광산에서 생산된 혼합 희토류에서 네오디뮴(Nd), 프라세오디뮴(Pr) 등 고부가가치 산화물을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LS에코에너지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영구자석용 소재 가공 및 납품 체계를 갖추고, 장기적으로 산화물·금속·자석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벨류체인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한국희토류산업협회를 출범시키며 산업 생태계 조성과 공급망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기업·학계·연구기관·정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희토류 금속 및 영구자석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중이다.

포스코인터네셔널 멕시코 구동모터코아 제1공장 전경.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뉴스락]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국 최대 희토류 기업과 손잡고 전기차 구동모터코어 핵심 소재인 영구자석의 북미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 원료 조달과 구동모터코어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포스코인터는 미국 에너지퓨얼스와 네오디뮴(Nd)·프라세오디뮴(Pr) 산화물 공급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에너지퓨얼스는 유타주 화이트메사 제련소에서 생산한 샘플을 제공하고, 포스코인터는 이를 가공해 모터코어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결과에 따라 연간 3만 대 이상 전기차용 모터코어 생산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이 기대된다.

이번 협력으로 포스코인터는 멕시코, 한국, 폴란드, 중국, 인도 등 글로벌 생산 거점에 필요한 희토류를 북미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회사는 지난해 미국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와 희토류 공급 MOU를 체결하며 탈중국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한 바 있다.

포스코인터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코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멕시코 제1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2공장 완공 시 연 25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호주·베트남 등 해외 광산기업과 협력해 희토류 원광 확보 및 가공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과 연계한 국내 정제·소재 생산까지 포함한 ‘자원·소재·제품’ 일괄 밸류체인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룹 차원의 핵심광물 확보 프로젝트를 통해 리튬·니켈 등 2차전지 광물과 함께 희토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자원 개발과 정제·소재화를, LS에코에너지가 정제·가공·공급망 구축을 담당하는 구조가 형성돼 한국형 희토류 밸류체인 완성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면적 탈중국은 무리”… 17년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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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무역 보복에 따른 희토류 확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산업 업계는 베트남·미얀마 등 제3국에서의 희토류 확보전에 나서며 중국 의존도 축소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대체 공급망 구축이 쉽지 않아 불안정한 조달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로 국내 자동차·가전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삼성전자가 300단 V-NAND 양산을 위해 중국산 스퍼터링 타깃 소재를 공급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스퍼터링 타깃 소재는 반도체 회로를 형성하는 금속막 증착에 필수적인 핵심 재료다. 고순도 생산 기술과 가격 경쟁력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중국산 의존도가 높다.

특히 방산과 조선 산업에서도 희토류 자석이 핵심 부품에 활용되고 있어, 중국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연쇄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탈중국 필요성에 대한 업계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말처럼 쉽지 않은 과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국내 기업들이 희토류 확보 및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으나, 기술적·경제적 한계로 인해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일부 품목의 탈중국은 가능하겠지만 전면적인 탈중국은 어렵다”며 “희토류 품목이 1천여 개에 이르고, 그중 상당수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희토류 광산 개발과 생산까지 소요되는 시간 역시 문제로 꼽혔다.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은 “희토류 광산 개발은 생산까지 평균 17.8년이 걸린다”며 “장기간 수익 없이 자본만 투입해야 하는 구조라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북미나 베트남 등에서 희토류 개발·생산을 추진 중이지만, 중국의 압도적인 매장량과 생산량을 감안할 때 현실적인 대체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 교수는 “중국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품목은 다른 국가의 생산 확대로는 대체가 불가능하다”며 “다만 미국 등으로 수출용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수준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북미는 정부 주도로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을 시도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막대한 매장량을 바탕으로 해외 자본과 기술 이전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초기 단계”라며 “양측 모두 중국의 독점을 단기간에 위협하기는 어렵고, 실질적인 공급망 다변화는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희토류 정제·제조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생하고 환경오염 우려가 큰 점도 걸림돌이다. 구 교수는 “중국이 수출을 원천 차단할 경우 국가 안보 차원에서 환경 문제를 감수하고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전투기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가 봉쇄된다면 환경보다 안보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 역시 “국제사회는 공급망 안보라는 절대적 필요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희토류 개발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며 “중국이 수십 년간 환경파괴와 국민 피해를 초래했음에도 국제사회가 ESG를 강제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희토류 공급망 TF발족 나선 정부…”서둘러야”

민관 합동 희토류 공급망 대응 회의.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뉴스락]

대한민국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에 산업 업계가 위축될 상황에 처하자 희토류 공급망 TF 발족에 나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TF는 통제권을 가진 중국 당국과 긴밀한 소통과 희토류 수급대응 지원센터 설립 ▲국내 산업의 중장기 공급망 강화를 위해 희토류 대체 소재 발굴이나 재자원화 연구개발을 확대 ▲해외 희토류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단장으로 산업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4개 유관기관(무역안보관리원·광해광업공단·희소금속센터·코트라)이 참여해 이본 중국의 희토류 통제 조치에 따른 대응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에 해외 자원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한국광물자원공사를 광해관리공단에 편입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꼬집었다.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은 “정부가 10년 넘게 해외 자원개발을 사실상 중단한 가운데, 한국광물자원공사를 광해관리공단에 흡수시킨 점이 문제”라며 “석유시대에서 광물시대로 전환되는 지금,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기능을 회복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과 함께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중국 중심의 공급망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결국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급화나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조달 확대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약 1천여 개 품목을 모두 대체한다면 비용 상승으로 산업 경쟁력이 약화돼 완제품 수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우리 정부는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다소 소극적”이라며 “미국과 EU가 관련 기업에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공급 기반을 넓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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