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The king drinks!”① 술이 사람을 먹는 사회에 이어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이 작품을 그린 Jacques Jordaens는 1593년 5월 19일 앤트워프에서 부유한 린넨 상인 Jacob Jordaens와 Barbara van Wolschaten의 11명의 자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11명의 형제 사이에서 성장한 배경 때문인가, 그의 작품 속엔 늘 사람이 그득그득하다. 배경 면적이 너무 좁아 배경은 그리 큰 의미가 있지 않다.
그는 카라바조 화풍의 영향을 받았고, 루벤스의 화풍과 유사한 느낌이 든다. 그 역시 왕실 화가로 활동했다.
그는 술을 마시는 이 모습이 진짜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루짜리 왕을 세워 흥청대는 유쾌한 반란. 가난한 자도, 부자도 함께 웃는 평등의 밤. 술에 취해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도 더러 있기는 했지만, 이 놀이의 목적, 그리고 다수가 즐거워하는 분위기 그거면 됐다. 왕실과 양반들은 모르는 평민들의 삶이다- 그래서 아마도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그림을 시리즈로 그렸다. 구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분위기는 다 비슷하다.
한편, 이 그림들을 보며 술에 관대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이 떠오른다.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는 일은 드물지 않다.
술집은 언제나 시끄럽다.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술을 마시고,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도 술을 마신다. 하지만 늘 사고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일어난다. 그러고는 흔히 “심신미약”을 주장한다.
술에 취해 폭행하고,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고, 노상방뇨를 한다. 술에 취해 무전취식을 하고, 가족을 때리고, 연인을 때린다. 식당에서 잠들거나, 더 나아가 성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이 터지고 난 뒤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주사도 천태만상이다. 술에 취하면 욕을 쏟아내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소가 어디든 아랑곳하지 않고 엉덩이를 까고 변을 보는 사람도 있다. 택시 뒷좌석에 토하는 일은 차라리 흔한 편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난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가.
Jacob Jordaens의 그림에는 다들 즐겁고 해학적인 모습만 담겨 있다. 그러나 주사가 오늘날만의 문제가 아닐 터. 그 역시 당시 술에 취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다만 직접적인 추태를 화면에 담지는 않고, 은근히 “술은 적당히 마시라”는 메시지를 숨겨 넣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술을 경계하는 사회가 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는 따위의 망언 자체를 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