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강산 작가] 『오늘은 1640년 1월 6일 주현절. 구세주가 인간으로 세상에 온 것을 기념하고 동방박사가 그것을 세상에 알린 것을 기념하는 축일!
당신은 유럽의 어느 술집에 있다. 이미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람들도 있지만 다들 즐거워 보인다. 당신도 어느 정도 술에 취해있다.
“오늘은 누가 왕이 될까??!!”
“깔깔!”
‘the king drinks’ 놀이를 할 생각에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술집 주인이 미리 준비한 케이크를 나눠준다. 이 중 콩이 든 케이크를 먹게 된 사람이 오늘의 왕이다. 왕이 되면 오늘만큼은 진짜 왕처럼 왕의 대접을 받고, 지시도 할 수 있다.
두구두구두구. 왕이 탄생했다!
오늘의 왕은 옆집 사는 존이다. 그는 마을에서 인기가 꽤 있었다. 워낙 다른 사람을 잘 챙기고 유머 감각이 뛰어났기 때문에다. 존이 왕이 되자 모두, 와~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왕관과 망토, 왕이 음식을 드실 때 옷에 흘리지 않도록 하는 턱받이 수건을 둘러드렸다!
왕이 된 존은 왕비를 뽑고 신하들을 뽑기 시작했다. 선택된 사람들은 마치 진짜 왕에게 인사하듯 공손하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내 가장 가까운 신하로 테드를 뽑으려 했는데, 이 녀석은 바닥에 누워 있구만.”
평소 점잖던 테드는 이날따라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었는지 혼자 말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었다. 왕의 농담에, 그동안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테드에게 시선이 쏠렸다. 결국 몇몇이 그를 부축해 구석에 눕혔다. 잠시 후 다시 왕 놀이가 이어졌다.
왕의 신하 임명이 끝나고 왕이 술잔을 들었고 쭈욱~ 들이켰다. 그러자 신하가 외쳤다.
“The king drinks!!!!!”
신하의 선창에 모두 뒤따라 합창했다.
“The king drinks!!!!!”
그 와중에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테드가 언제 합류했는지, 합창에 끼어 있었다. 하지만 술에 취한 그는 반 박자 늦게 따라 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어릿광대가 그의 얼굴에 숯검댕이를 덕지덕지 발랐다. 테드는 취기가 심해 자기 얼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사람들은 그 꼴을 보고 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얼굴이 새까매진 테드는 비틀비틀 걸어가다 다시 술집 구석에 쓰러졌다.
이 왁자지껄한 술집 한구석에 조용히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중년 남자가 있었다. 그는 직접 놀이에 끼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을 지켜보며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바로 플랑드르 출신의 화가, Jacob Jordaens. 』
위 글은 이 그림을 보고 필자가 상상한 당시의 상황이다. 그림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이 화가 재미있네. 당신은 이 그림을 보자마자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그림을 한번 살펴보자. 등장인물은 다들 즐거워 보인다. 볼이 불그스름한 것이 꽤나 취한 듯 보이기도 한다. 다들 윗니를 다 보이고 웃고 있는 표정이 확실히 취한 것이 맞다. 제스처도 꽤나 과장되어있다.
한가운데는 왕으로 보이는 노인이 술잔을 들고 있지만 이미 자신이 들고 있는 것이 술인지도 모를 정도로 취해 보인다. 허허허허 하는 산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쨌든 하루지만 왕이 된 것에 상당히 흡족한 듯하다.
가만 보자. 좌측 하단 남성은 들고 있던 술병을 얹은 쟁반을 통째로 떨어트리고 있고 게다가 입에서 술인지 구토인지 뭔지 모를 액체를 쏟아내고 있는데 눈빛은 초점이 없는 것이 이미 상당히 취한 것 같다. 평소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 얼굴빛이 누런색이다. 간이 안 좋아 보인다.
우측 아이를 무릎에 엎드리게 한 여성은 아이의 엄마인가 보다. 아이가 옷에 쉬를 했는지, 술에 취한 채 아이 엉덩이를 닦다 그새 까먹은 듯하다.
작품 상단 한가운데 쓰여있는 장식판의 글귀에는 “In een vry gelach, Ist goet gast syn”이라고 쓰여있다. 이 글은 대충 “공짜 술만큼 좋은 것은 없다”라는 뜻이다. 술자리를 풍자하면서도 술자리의 즐거움을 나타내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