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수협·산림조합 부동산 신탁 대출 연체율 급등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의 부동산 담보 대출이 특정 신탁사 쏠림 속에 대규모 부실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탁사 수익증권을 담보로 삼은 농협 상호금융 부동산 담보 대출 연체율은 21.3%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 상호금융의 전체 부동산 담보 대출 연체율(5.3%)은 물론 부동산 담보 공동대출 연체율(19.2%)보다 높은 수치였다.
수협도 사정이 비슷했다.
지난달 말 기준 수협 상호금융의 부동산 신탁 담보 대출 연체율은 16.4%로, 전체 부동산 담보 대출 연체율(9.9%)을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특정 신탁사 쏠림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농협 상호금융의 부동산 신탁 대출 잔액 51조6천279억원 중 23%가 무궁화신탁이라는 회사를 통해 이뤄졌다.
아울러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고정이하여신) 잔액 총 5조6천934억원 중 25%가 무궁화신탁 몫이었다.
수협 상호금융의 경우 무궁화신탁이 Sh수협은행 다음으로 많은 56개 지역 수협에 총 7천447억원 규모의 수익증권을 담보로 제공했으며, 이 중 4분의 1 이상이 연체 상태였다.
또 산림조합 140곳 중 46곳(33%)이 무궁화신탁 수익증권을 담보로 총 2천159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이 중 21.6%가 연체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무궁화신탁이 전직 농협 간부 등을 대거 영입, 지역 농협을 대상으로 무리한 영업 활동을 벌인 데 따른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고 송 의원은 지적했다.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이 농협대 동문 등을 중심으로 전국 12개 센터를 구축하고, 수수료를 50% 할인하는 등 공격적으로 영업해 대규모 부실 대출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 회장은 자신의 무궁화신탁 지분 9%를 NH투자증권[005940]에 신탁하고, 무궁화신탁이 농촌사랑기금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수협은행과는 부동산 금융·신탁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송 의원은 “무궁화신탁의 인맥 위주 공격 경영이 안고 있던 리스크의 민낯이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계기로 드러났다”며 “유례없는 금융 부실을 부추긴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오 회장은 국정감사 서면 답변을 통해 “2017∼2023년 지역 농협 출신 퇴직자 64명을 위촉해 지역 밀착형 영업망을 강화하고 담보 신탁 영업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 담보 대출 비용을 절감하고, 담보 신탁 제도를 활성화하는 한편, 소액 신탁 시장을 선점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농협을 비롯한 금융기관 부실 자산 증가는 브릿지론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고위험 대출 관련 개발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신탁 회사인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부동산 PF 부실을 이유로 가장 높은 수위의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명령을 부과받았다.
이 회사는 부동산 경기 둔화와 자금 시장 경색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익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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