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완연해지면 베란다나 옥상 텃밭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식물이 있다. 잎을 조금만 비벼도 레몬처럼 상큼한 향이 퍼지는 ‘레몬밤(Lemon Balm)’이다. 과일이 아니라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마음을 안정시키는 약초로 쓰였다.
레몬밤의 원산지는 유럽 남부지만, 지금은 한국에서도 재배된다. 향이 강하지 않아 허브차나 디톡스워터, 샐러드, 방향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생잎에서는 레몬과 민트가 섞인 듯한 산뜻한 향이 나며, 말리면 향이 더 깊어진다.
쓴맛이 없고 향이 부드러워 허브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이 없다. 도시 텃밭과 실내 화분용 식물로 모두 적합해 최근 들어 가장 인기 있는 생활형 허브로 꼽힌다.
도시에서 자라는 허브, ‘레몬밤’의 재배 환경
레몬밤은 강한 햇볕과 건조한 공기에도 잘 견디고, 한 번 심으면 이듬해에도 새싹이 돋아나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여름엔 반그늘에 두면 좋고, 겨울엔 베란다나 실내 창가에서 월동할 수 있다. 물은 겉흙이 마를 때 한 번씩 주면 충분하다.
줄기와 잎은 부드럽고 향이 진해, 손으로 비비면 즉시 향이 배어난다. 병충해에 강해 농약을 거의 쓰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화학성분 걱정 없이 잎을 바로 따서 차나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생육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한 화분만 있어도 꾸준히 수확할 수 있다. 여름부터 가을 사이엔 연한 노란빛의 꽃이 피며, 벌과 나비를 끌어모은다.
최근엔 대형마트나 온라인 화훼몰에서도 레몬밤 모종 판매가 활발하다. 작은 포트형은 3000원 안팎으로, 초보자도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 또 도시농업센터나 주민센터 허브 체험 프로그램에서도 레몬밤 재배를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흙은 배수가 잘되는 상토면 충분하고, 따로 비료를 주지 않아도 무성하게 자란다. 베란다의 작은 공간이든, 옥상 한 켠이든 햇볕만 들어오면 레몬밤을 키우기 제격이다.
상큼한 향이 만드는 생활 속 여유
레몬밤의 향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기분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잎에는 로즈마린산, 시트랄, 시트로넬랄 같은 방향 성분이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긴장을 완화해 수면을 돕는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기분을 다스리는 허브’로 쓰였다. 현대 연구에서도 레몬밤 추출물이 불안감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또한 레몬밤은 소화를 돕는 허브로도 알려져 있다. 식사 후 차로 마시면 위의 부담을 줄이고 복부 팽만을 완화한다. 비타민 C, 칼슘, 마그네슘, 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면역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민트보다 부드러운 향이기에 어린이나 노년층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뜨거운 물에 잎 4~5장을 넣고 3분 정도 우려내면 향긋한 허브티가 완성된다. 꿀을 한 스푼 넣으면 단맛과 상큼함이 어우러져 기분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요리부터 디톡스워터까지, 부드럽게 스며드는 허브
레몬밤은 향이 은은해 식탁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생잎을 다져 샐러드에 넣으면 느끼한 맛을 없애주고, 레몬 드레싱과 섞으면 향이 배가된다. 고기나 생선을 굽기 전 양념에 넣으면 잡내가 사라지고 상큼한 향이 입혀진다. 허브버터나 허브오일로 만들어 빵이나 파스타에 곁들여도 좋다.
디톡스워터로도 인기다. 레몬과 오이, 민트와 함께 레몬밤 잎을 넣으면 인공 향료 없이도 청량한 음료가 된다. 냉장고에 하루 정도 두면 향이 진하게 우러난다. 물 대신 차갑게 우려내도 좋고, 얼음을 넣어 아이스티로 즐길 수도 있다.
또한 잎을 말려 밀폐 용기에 보관하면 겨울 내내 차로 즐길 수 있다. 향이 오래가고 색도 선명하게 유지된다. 말린 잎은 방향제나 천연 방충제로도 쓸 수 있다. 옷장이나 신발장에 작은 주머니로 넣어두면 은은한 향이 스며들어 쾌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