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이 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가 주택을 겨냥한 대출 규제였지만, 실제로는 서울 아파트 세 채 중 한 채가 새 기준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주거 사다리를 끊는 규제”라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 시세 15억 원을 초과하는 비중은 약 3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B 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로 서울 전체 아파트 3채 중 1채는 이번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주택 범주에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 10월 15일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규제지역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조치를 통해 과열된 고가 아파트 시장의 매수 심리를 진정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광범위한 주택에 규제가 적용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15억 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도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조정대상지역으로 확대 지정했고,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은 일괄적으로 40%로 축소됐다.
사실상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줄고 거래 조건도 까다로워진 것이다.
추 의원은 “정부가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규제를 일괄 적용함으로써 서민과 중산층의 내 집 마련 경로를 차단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의왕시, 규제 철회 요구해
이러한 상황 속 일부 ‘나 홀로 아파트’나 중소 규모 단지를 중심으로 시장 왜곡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태솔3차’ 아파트는 80세대 규모의 소형 단지로 인근 대단지에 비해 절반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적용으로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다.
해당 아파트는 과거에도 거래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규제 시행 이후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되면서 매매 문의조차 사라졌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단지의 전용면적 55~59㎡는 현재 5억1,000만~5억5,000만 원 수준의 호가를 보이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같은 동네 대규모 단지에서는 동일 면적대가 9억 원에 신고가를 경신하며 활발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 제한이 오히려 시장 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실질적인 수혜를 받지 못하는 지역에선 규제지역 지정 철회를 공식 요청하는 지자체도 등장했다. 경기도 의왕시는 정부에 규제 재검토를 요청했으며 올해 들어 9월까지의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이 0.89%에 불과해 규제 적용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