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대책 없이 용감하고, 무해하니 더 유쾌한 5인 5색 힐링 우정 코미디. 지금 내 옆의 가장 소중한 친구들·연인과 극장 바캉스를 떠나고 싶은 영화 ‘퍼스트 라이드’(감독 남대중)다.
|
|
‘퍼스트 라이드’는 끝을 보는 놈 태정(강하늘 분), 해맑은 놈 도진(김영광 분), 잘생긴 놈 연민(차은우 분), 눈 뜨고 자는 놈 금복(강영석), 사랑스러운 놈 옥심(한선화 분)까지 뭉치면 더 웃긴 24년 지기 친구들이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코미디 영화다.
지난 2023년 개봉해 가을 극장 개싸라기 흥행을 주도했던 ‘30일’ 남대중 감독이 강하늘과 또 한 번 재회한 코미디 작품으로 기대감이 높다. 여기에 김영광, 강영석, 한선화가 출연해 절친 앙상블을 맞추는 것은 물론 군 복무 중인 차은우의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도 눈길을 끈다.
‘퍼스트 라이드’는 우리 곁의 소꿉친구, 학창 시절 친구들과 나눈 추억과 흑역사, 성장과정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영화다.
수십 년을 동고동락한 오랜 친구들과 태국으로 첫 해외 여행을 떠나 우여곡절을 겪는다는 설정은 언뜻 볼 때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퍼스트 라이드’는 캐릭터들의 강렬한 개성, 케미스트리, 숨겨진 서사로 소재의 평범함을 날린다. 비슷한 학창시절 추억이 떠올라 피식 피식 웃다가도, 이들 중 누가 언제 어디로 튈지 몰라 조마조마해지는 예측 불가의 매력을 보여준다. 이들이 단체로 모였을 때, 태정과 금복, 태정과 도진, 도진과 연민, 태정과 옥심 등 인물끼리 일 대 일로 만났을 때 빚는 케미스트리의 색채도 각각 달라 다양한 재미 포인트를 느낄 수 있다.
|
|
영화는 차은우가 연기한 캐릭터 연민의 내레이션으로 포문을 연다. 미취학 아동이던 어린 시절, 몸이 약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연민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준 친구들이 태정과 도진, 금복이다. 이들은 6살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매일을 함께 몰려 다니지만 성격도 취향도 제각각이다. 어린 시절부터 각종 상을 휩쓸던 태정은 전교 1등은 물론, 전국 상위권을 밥먹듯이 차지하는 모범생이다. 공부는 물론 싸움, 연애, 내기 어떤 부분에서든 한 번 시작한 건 반드시 끝을 보는 성격이다. 동네의 소문난 꽃미남 비주얼인 연민은 그를 본 모든 사람들에게 흐뭇한 엄마 미소를 자아내지만, 정작 자신은 왜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웃는건지 전혀 모르는 순수한 인물이다. DJ의 세계를 동경해온 인물로, 언젠가 세계적인 DJ가 될 날을 꿈 꾼다. 마음도 뇌도 청순해서 무해하지만, 무대뽀로 대책없는 일을 벌일 때가 많은 도진,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걸리지 않게 눈 뜨고 자는 법을 익힐 만큼 엉뚱한 금복, 태정의 동생 친구로 어린 시절 태정에게 한눈에 반해 순애보 사랑을 진행 중인 옥심까지. 개성으로 똘똘 뭉쳐 장면마다 웃음을 자아낸다.
|
|
|
|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 연민이 좋아하던 세계적인 DJ가 공연을 연다는 소식에 태국 여행을 꿈꾸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좌절된 바 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30대, 많은 것들이 변한 현재의 어느 날 이들은 연민이 좋아하는 그 DJ가 다시 태국에서 은퇴 공연을 연다는 소식에 태국 여행을 다시 결심하게 된다.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실제 수십년 지기 죽마고우들이 생각날 만큼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찐친’ 케미다. 실제로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를 위해 촬영 전은 물론, 현장에서도 배우들이 서로 친해질 수 있게 많은 시간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한 명 이질적이거나 소외된 부분 없이 한 팀처럼 활약한 이들의 유쾌한 우정 앙상블이 시원한 웃음을 유발한다.
고규필, 윤경호, 최귀화, 강지영 등 예기치 못한 순간 등장한 반가운 신스틸러들의 존재감이 풍성한 재미를 더한다. 이들은 짧은 비중에도 강렬한 활약으로 다섯 친구들의 행보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끌어올린다.
|
|
|
|
DJ 페스티벌을 직접 찾은 듯 경쾌한 EDM 음악과 사운드, 아름답고 화려한 태국의 풍경 등이 영화의 이국적인 매력을 높였다.
다만 코미디 장르의 특성상 불가피한 유머 코드의 호불호가 숙제다. 남 감독의 전작 ‘30일’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 역시 평범하지 않게 흘러가는 상황들 속 각 인물들이 능청스레 뱉는 대사, 예상 밖 행동이 주된 웃음 포인트로 기능한다. 상황이 웃기기보단 상황에 대한 리액션이 웃음의 주된 킥으로 활용되는 만큼, 취향이 다양한 관객들의 입맛에 그 유머가 얼마나 들어맞을지 확실치 않다.
영화의 시작부터 태국 여행, 태국 여행 과정에서 숨겨진 친구들의 서사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중반부가 다소 루즈해지는 아쉬움 역시 있다.
배우들의 열연이 이 영화의 부족한 요소들을 대부분 상쇄한다. 특히 남 대중 감독과의 재회 로 더욱 노련해진 강하늘의 코미디 열연, 감정 연기가 극을 이끌며 몰입을 견인한다. 천진난만한 모습과 은은한 광기를 과하지 않은 텐션으로 조절해가며 후반부 극대화된 감정을 이끌어낸 김영광의 짙은 열연도 인상적이다. 첫 스크린 데뷔작을 과감히 코미디로 택한 차은우의 신선한 선택과 존재감, 괴짜같지만 속이 깊은 말썽꾸러기 금복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한 새 얼굴 강영석, 영화 안에서는 물론, 연기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순간 등장해 든든한 지원군이 된 코믹퀸 한선화의 활약이 이 영화의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했다.
27일 개봉. 남대중 감독. 러닝타임 11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