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올해 가을야구에선 구단주가 카메오 역할을 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한화 이글스 구단주인 김승연 회장이 바로 그 카메오다.
한화는 지난 18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9-8로 이겼다.
한화가 승리하자마자 야구장은 어지간한 불꽃 축제를 능가할 정도로 각종 불꽃이 펑펑 터졌다. 야구장 온 관중은 기쁨이 두 배가 됐다. 한화그룹의 진면목이 야구에 이어 불꽃놀이에서도 여지 없이 드러났다.
흥미로운 장면은 그 다음 날에 나타났다. 한화가 루이스 리베라토의 선제 솔로포에도 불구하고 역전을 허용해며 끌려다니더니 3-7로 졌는데 종료 시점에 폭죽이 구장 곳곳에서 터진 것이다.
홈팀이 맥 없는 경기를 하다가 패했음에도 불꽃놀이가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었다.
올해 홈 100만 관중 돌파,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뒤 출정식 등에서 한화의 장기인 불꽃놀이가 이뤄졌으나 진 경기 뒤엔 조용히 조명탑이 꺼지기 마련이다.
배경에 김 회장의 통큰 배려가 있었다.
한화 구단은 “김승연 회장님이 플레이오프 2차전 관람을 위해 한화생명 볼파크를 방문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김승연 회장이 선수단을 격려하고, 팬들에 대한 감사 의미를 담아 불꽃쇼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졌지만 오렌지색 우비를 입고 열광적으로 홈팀 응원한 관중은 전날 관중 못지 않은 볼거리를 만끽하고 돌아간 셈이다.
김 회장은 이미 1차전 때도 화제가 됐다. “다시 돌아온 이글스의 가을! 주인공은 팬 여러분입니다”라는 문구와 김 회장의 서명이 들어간 특별 패딩 담요를 3억2000만원 들여 모든 관중에게 나눠준 것이다. 가을야구 찾은 팬들에게 엄청난 선물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는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곤 국내 굴지의 9개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모든 구단주들이 야구단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지만 최근엔 김 회장의 관심과 사랑이 주목받는 것도 사실이다.
김 회장은 옛 야구장에서 진행되던 2024시즌 9차례나 한화 이글스 경기를 직관해 화제가 됐다.
새 야구장으로 옮긴 올해에도 야구장 종종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7월3일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엔 계열사 임직원 746명과 11회 연장전까지 긴 시간 열정적으로 응원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 한화가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르자 그룹을 상징하는 매개체인 불꽃놀이로 구단주가 확실한 팬서비스를 하는 중이다.
김 회장의 야구 사랑이 한화 이글스 주식을 직접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고 전하는 팬들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한화 이글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 회장 개인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야구단 지분 10%인 3만주(1억5000만원)를 갖고 있다.
한화솔루션, ㈜한화(이상 지분율 40%),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지분율 10%) 등 한화 이글스의 다른 주주인 그룹 내 계열사도 김 회장과 그의 세 아들이 지배하고 있지만, 김 회장은 현재 야구단 오너 중 유일하게 자신이 직접 야구단 주식을 소유하는 것으로 특별한 애정을 드러낸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3만주 취득에 큰 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지분에 대한 김 회장 개인 직접 소유를 통해 야구단이 그룹의 큰 자산임을 알리는 셈이다.
과거 다른 구단 오너도 지분 직접 소유한 일이 있었으나 지금은 김 회장 한 명 뿐이다.
한화가 3~4차전을 모두 이기거나, 1승1패를 거두면 한화생명볼파크의 가을야구는 계속된다, 또 다른 홈경기에서 한화가 팬들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도 궁금하게 됐다.
사진=한화 이글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