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중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 마카오 골프 앤 컨트리클럽(파70). 한낮 최고 기온 섭씨 32도까지 오른 이날 10번홀 티잉 그라운드로 향하는 엄재웅(35)의 온 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셔츠는 물론 바지까지 다 젖어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아시안투어의 경우 대부분의 대회가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펼쳐지기에 더위는 감내해야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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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웅은 이날 아시안투어 SJM 마카오 오픈(총상금 10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최종합계 2언더파 278타를 쳐 공동 49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지만, 그는 다음을 기약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경기를 끝내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엄재웅은 여전히 흐르는 땀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국에서 KPGA 투어를 뛰었더라면, 이런 수고는 덜었을 터. 그가 힘들게 투어 활동을 하는 이유는 더 늦기 전에 큰 무대에서 뛰어보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엄재웅은 경기가 끝난 뒤 이데일리와 만나 “2022년 아시안투어 Q스쿨에 도전해 시드를 얻었고, 2023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다”며 “나이도 적지 않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아시안투어에서 벌써 3년째 활동 중이다. 어린 시절엔 중국에서 가족과 함께 10년 가량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 덕에 중국어가 유창해 중화권 선수가 많은 아시안투어에 빠르게 적응했다. 외국 생활을 했던 덕분에 떠돌이 생활도 익숙한 편이다.
엄재웅이 경험한 아시안투어는 장단점이 있다. 한국과 달리 여러 나라를 이동하며 경기하는 건 힘들다. 엄재웅은 마카오 오픈 후에는 필리핀으로 이동한다. 아시아 전역을 돌아다녀야 하기에 체력 관리와 컨디션 유지가 관건이다. 특히 더운 지역이 많아 무더위와의 싸움도 버겁다.
하지만 KPGA 투어와 비교해 다양한 무대로 진출할 기회가 많다는 건 큰 장점이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DP월드 투어와 공동 주관하는 대회가 많아 성적이 좋으면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올해 한국과 아시안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사돔 깨우깐자나(태국)는 시즌의 절반을 한국에서 뛰었다. 재미교포 김시환과 스콧 빈센트(남아공)는 아시안투어 성적으로 LIV 골프에도 출전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기회도 늘었다. 2023년 정식으로 시작한 인터내셔널시리즈 창설 이후엔 LIV 골프와 유럽의 강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엄재웅은 “한국에만 있었다면 세계적인 강자들과 경쟁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생스러울 때가 많지만, 실력이 향상되는 걸 느끼면 보람이 있다”고 흡족해했다.
아시안투어는 시즌 종료까지 7개 대회를 남기고 있다. 엄재웅의 목표는 아시안투어 우승이다. 오는 23일부터 한국에서 DP월드투어와 KPGA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열리지만, 한국에 가지 않고 필리핀으로 이동하는 것도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싶어서다.
엄재웅은 2008년 KPGA 투어로 데뷔해 2018년 휴온스 셀러브리티 프로암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그후 △2023년 백송홀딩스 아시아드CC 부산오픈 △올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려 통산 3승을 거뒀다. 아시안투어에서는 2023년 인터내셔널 시리즈 싱가포르 오픈과 뉴질랜드 오픈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그는 “KPGA 투어에서만 3승을 거뒀다”며 “이젠 해외 투어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무더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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