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 얻어 맞은 K-제조업, 이번엔 배출권 할당제에 ‘이중고’ 우려 커져

관세에 얻어 맞은 K-제조업, 이번엔 배출권 할당제에 ‘이중고’ 우려 커져

▲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동현 기자 | 정부가 최근 탄소배출권 제도 강화 방안을 공개하자, 산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미국발(發) 관세 정책으로 인해 제조업 등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지난달 30일 2026~2030년에 시행할 4차 탄소배출권 할당계획 설명회를 진행하고 제도 강화 방안을 공개했다.

배출권 할당제는 정부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유상 혹은 무상으로 할당해 그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고, 여유분 또는 부족분을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할당량보다 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여유 배출권을 시장에 팔 수 있고, 더 배출했다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3차 기간까지는 배출 허용 총량 이외에 시장 안정화 조치 용도의 예비분을 뒀으나, 4차 계획 기간에는 시장안정화 용도의 예비분을 배출 허용 총량에 포함하면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4차 배출권 할당계획에서는 안정화 예비분을 이전 대비 7배 이상인 1억톤으로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의 경우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여건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배출권 선형 감축 경로(매년 같은 비율과 같은 양으로 줄여나가는 방식) 요구만 반영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정부의 발표 안이 현실화되면 석유화학, 정유, 시멘트, 철강 등 제조업계는 할당량이 감소해 이를 구매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한국경제인협회도 탄소배출권 가격이 1t당 3만원일 경우 전기요금이 1kWh당 9.41원 인상돼, 철강업계에 연간 약 3094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특히 배출권 부담 비용과 전기요금 인상 비용을 합칠 경우 철강업계 부담이 최대 배출권과 전기요금이 각각 6000억원, 3000억원으로 연간 90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기업은 내수 시장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재와 글로벌 경쟁을 펼쳐야하는 상황”이라며 “철강의 경우 저가 수입재 유입으로 국내 철강재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기업 배출권 할당 축소로 인한 배출권 구매 부담과 발전 부문 배출권 할당 축소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의 2중 부담을 더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경우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국가별 수입량 쿼터 제한인 세이프가드를 시행하고 있으며,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한 CBAM 역시 오는 2026년 본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미국도 고율의 철강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제조업 전반에서 실적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기업 2275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기업 경영실적 전망 및 애로요인을 조사한 결과, 제조기업 75.0%가 올해 영업이익이 연초 설정한 목표수준에 미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진행된 조사에서 목표치 미달에 응답한 기업 비중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국가에서 산업계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정책이 시행될 경우 지역경제 불안은 물론 국가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균형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산업계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배출권 총량 축소 등 배출권 규제 강화는 국내산업 보호 정책 수립 전까지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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