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현장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내란정당해산심판 청구와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을 두고 공방을 어어갔다.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에 대해선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고 국민의힘 정당 해산 심판에 대해선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에게 “윤석열과 (12·3 비상계엄에 참여한) 사령관들, 한덕수와 장관들, 그리고 계엄에 관여한 피고인들은 재판을 받고 있다”며 “윤석열이 국민의힘의 1호 당원이다”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정당 해산 심판은 최후 수단”
이 의원은 “국민의힘은 ’12·3 불법계엄’을 해제하려는 국회 의결을 방해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현장에선 인간 방패를 자처했다”며 “통합진보당은 내란 모의만 해도 정당해산이 됐는데, 이 정도면 해산 대상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도 내란정당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손 처장은 “이 자리에서 해당 여부에 대해서 단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내란정당 국민의힘에 대해서 위헌정당심판 제청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실 건가”라고 재차 묻자, 손 처장은 “통진당 사건에서도 정당해산 심판은 매우 신중하고 최후적인 수단으로서만 활용돼야함을 강조한 바 있다. 사건이 들어오면 재판부에서 적절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與 “국회 출입 진입 방해한 것 내란 동조 행위”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겨냥해 “비상계엄이 정말 국가 전시상황, 비상사태였다면 국회는 무슨 일을 해야하나. 비상예산도 편성하고 비상입법을 해야할 수도 있다”며 “헌법기관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의 본연의 역할을 해야지 당사에 가 있거나 국회 출입을 진입을 방해하고 막아섰더면 그것 또한 내란동조 행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손 처장은 “동의하는 부분도 있으나 앞으로 어떤 식이든 헌법재판 대상이 될 문제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즉답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당연히 계엄 해제 요구 권한을 가지는 기관은 국회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국회에 다 소집돼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野 “대법관 증원, 사법부 장악 의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방안 중 대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으로 다퉈볼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과 대법관 증원에 대해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관 정원을 증원하겠다고 하는데 한 정권이 대법관을 한꺼번에 이렇게 임명하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사법부를 흔들고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나오는 논의기 때문에 헌재가 권한쟁의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김선수 전 대법관도 재판소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도 ‘대법관을 늘리자면서 4심제를 하자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며 “말이 기본권 보장이지, 그렇게 되면 재판 확정이 늦어지고 권리구제가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익현 헌재 사무처장 “재판소원, 4심제로 단정하는 건 모순”
이에 손 처장은 “같은 사법 작용이라 할지라도 일반 법원의 사법권과 헌재의 사법권은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헌재가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한다 하더라도 특수한 헌법적 문제에 한해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4심제로 단정하는 것은 조금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곽규택 의원은 “작년까지 헌재에 접수된 사건 전체 숫자가 5만건 정도 된다. 대법원에 1년 동안 접수되는 사건이 4만~5만건”이라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나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재에 사건을 다시 봐 달라는 재판소원을 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그 사건들을 처리하려면 재판연구관들을 한참 늘려야 된다”며 “헌재에서 ‘국민의 기본권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는 탁상공론적인 입장으로 찬성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손 처장은 “통계 부분에 있어 전체 사건 접수에 대비하면 0.01% 정도 인용가능성 있다고 하지만 본안에 회부된 것을 기준으로 하면 40% 정도의 인용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독일에서도 매우 높게 인용되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반면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재판소원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 강화와 법치주의를 실질화하기 위함”이라며 “공권력에 대한 국민 기본권을 구제하는 가장 최후 보루로서의 헌재의 역할이 이 점에서 사실상 빠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은 그동안 학계 등에서 20년 가까이 논의가 이어졌다”며 “충분히 논의됐고 도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반박했다.
헌재소장 “재판소원 이상적이지만 입법권자가 해결할 과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헌재 국정감사 마무리 발언에서 ‘재판소원’에 대해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법률 규정이 헌법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논쟁이 있었고, 헌법소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며 “기본권 보호 측면에서 이상적이지만 입법권자가 해결할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소장은 “헌재는 1997년 12월 24일 결정에서 이미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이 사법부도 헌법의 일부인 기본권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견해는 기본권 보호 측면에서 보다 이상적이지만, 이는 입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동일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이 문제는 결국 주권자인 국민 그리고 국회의 평가와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에 관한 공론의 장이 열리면 겸허한 자세로 재판소원 도입과 관련해 고민해야 할 다양한 쟁점에 관해 헌재가 오랜 기간 깊이 검토해 축적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그간 관례에 따라 인사말을 한 뒤 국감장을 떠났다가 국감 종료 전 다시 참석해 마무리 발언을 했다. 현안 질의에는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 등이 답했다.
[폴리뉴스 안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