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가운을 벗고 한복을 입은 남성 중창단 ‘디하모니’ 공연 모습. 동요 무대를 계기로 20년간 함께 노래부르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디하모니 제공)
2005년 어린이와 함께 동요를 부르는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인연이 되어 20년간 130회 대중 공연을 이어온 남성 중창단이 있어 화제다. 8명에서 시작해 지금은 의사 18명이 중창단을 구성하고 퇴근 후 진료실에서 연습을 거듭한 끝에 10월 19일 오후 5시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서 정기공연을 선보인다.
지난 20년간 함께 노래한 남성중창단 ‘디하모니’는 동요 ‘개구리와 올챙이’를 부른 것에서 시작됐다. 2005년 KBS 열려라 동요세상이라는 프로그램에서 KBS어린이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올라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쑥 앞다리가 쑥~’이라고 노래했다. 대전 연합비뇨기과 윤율로 전문의가 테너 강연종 지도자에게서 바리톤(남성 중음)을 배울 때 충남대 의과대학에서 합창단을 했던 동료 의사들이 합류해 중창단으로 방송 무대에 섰다.
남성중창단 ‘디하모니’가 시작된 계기가 된 2005년 KBS열려라 동요세상 무대 모습. (사진=디하모니 제공)
중창단에서 베이스를 맡는 이영호 성모정형외과 원장은 “환자와 지역사회에 의사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합창단을 계속 이어가자는 생각이 잘 맞아 그때부터 매주 모여서 연습했다”며 “무대에서 함께 노래하며 20년의 시간이 흘렀다”라고 설명했다.
디하모니는 화요일마다 퇴근 후 병원 진료실에 모여 연습한다. 진료 대기실에 피아노를 놓고 대기실 의자를 한쪽으로 치우고 각자 서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발성한다. ‘나는 반딧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처럼 감성에 젖는 음악이 이들 합창단의 목소리로 재현돼 매주 진료실 복도를 따라 병원을 적신다.
유학 후 귀국한 테너 강연종 계명대 예술대학 교수는 디하모니가 2005년 KBS 첫 공연 전부터 지휘해 지금까지 대구에서 대전을 찾아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중창단의 멘토가 되고 있다. 당시 첫 공연을 마친 8명의 의사 중 지금도 4명이 합창단원으로 활동 중이고, 함께 노래하는 즐거움을 아는 의사들이 합류해 총 18명의 남성 중창단으로 성장했다.
베이스 이영호 원장
이영호 원장은 “집중해서 자기 파트를 암기하며 연습하다 보면 진료실이든 일상에서 겪은 어려운 일을 잊고 몰입하는 즐거움이 있다”며 “40대에 시작해 지금은 60대가 되었어도 화장해서라도 무대에서 더 젊어지려고 노력하고, 그동안 갈고 닦은 개인의 발성과 합창단 화음은 더 좋아졌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시민이 불러주는 무대라면 가리지 않고 노래해 130회 이상 공연하며 음악적 내공까지 쌓았다.
디하모니는 이번 정기공연에서 20년간 시민들에게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노래를 모아 선보일 예정이다. ‘최진사 댁 셋째딸’, ‘한계령’, ‘나 하나 꽃이 피어’ 등 13곡을 준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