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데일리는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은 올해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향후 지방자치의 정착 과제를 중점적으로 짚어봤다. 초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서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속도감있는 정책을 펼치길 기대한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이제는 과감하게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하고 지방소비세 비중을 확대 및 지방교부세의 자율성 제고를 통해 지방 정부가 재정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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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빈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학회 사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가 발전하기 위한 전제조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임 학회장은 올해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지방자치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정분권 강화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정부 이항 △지방자치단체 간, 지역 간 연계·협력 강화 △수평적 협치 구조 네 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8대 2 구조의 국세-지방세 간 비율 조정이 절실하고 했다. 그는 “실질적인 자치가 되려면 재정적으로 자립을 해야 한다”면서 “사실 지방은 재정적으로 자립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재정 분권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실질적인 권한(전권)을 지방 정부로 이양하고 도로교통 등에 걸쳐 지자체·지역 간 광역권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앙과 지방 간의 어떤 수평적인 협치 구조도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다.
임 학회장은 “거버넌스(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투명하게 의사결정하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처럼 국정의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서 지방정부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질적인 정책의 동반자로서 지방이 중앙과 함께 할 수 있는 협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강화는 단순히 지방정부의 역할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국가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서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은 지원하는 패러다임으로 좀 이동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측면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5개 초광역권) 3특(3개 특별자치도)’ 전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방자치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이후 시행되다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됐고 1991년 다시 부활했다. 다만 당시에는 지방의원까지 국민들이 뽑았지만 4년 뒤 단체장까지 민선으로 치러지면서 지방자치가 완성됐다.
올해로 민선 지방자치 30년을 맞았지만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요인이 적지 않다. 임 학회장은 지방자치의 걸림돌로 △중앙 집권 구조의 강화 △열악한 재정자립도 △인구불균형과 지역소멸 △지방행정의 전문성·효율성 부족 △주민참여와 거버넌스의 한계 등 총 다섯 가지를 꼽았다.
중앙정부가 권한이 많다 보니 중앙의 통제와 관여가 많고 지방정부 자체의 세입이 부족해 중앙정부의 교부금이나 보조금에 의존하다보니 독자적인 정책 추진, 지역 특화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지방자치하면 지방의원이나 지방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등 안좋은 인식만 가지고 있고 지방분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부족도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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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학회장은 지자체도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주민 참여 확대 및 주민들과 소통 강화, 지방공무원 교육을 통한 행정 역량의 전문화 강화, 지역특화 발전 전략 수립 및 운영, 환경·안전·미래 분야의 지속 가능한 정책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회통합 등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자치 권한의 확충과 실질화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임 학회장은 주장했다.
올해 2월 제29대 한국지방자치학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앞으로 지방자치 개념 재정립, MZ세대와의 소통 강화, 대담한 정책 제안 및 로드맵 제시를 목표로 학회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방자치학회는 지방자치와 관련된 이론을 연구하고 조사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국가 발전과 국민 복리 증진에 기여할 목적으로 1988년 창립됐다. 현재 교수, 연구원, 지방의원, 공무원 등 35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임 학회장은 “지방자치라고 하는 것이 인구 증가 시절에는 성장 중심의 아젠다를 비전으로 제시했다고 한다면 요즘 같은 인구 감소시대에는 축소 중심의 전략으로 가야한다”면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기술혁신, 인공지능(AI) 시대 등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의미를 재검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민선 지방자치 30년이다 보니까 지금의 시기가 향후 30년을 내다보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학문적인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해법은 제시하고 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가는 학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정빈 지방자치학회장 △충남 홍성 출생 △건국대 행정학 박사 △성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한국지방계약학회 회장 △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 △국제지역학회 부회장 △행정안전부 공유재산 정책협의회 위원 △지방자치 30년 평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