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조정 고려 없단 게 美 고위관계자들 일관된 메시지”
“북중러 연대는 일시적, 군사적 협력으로 지속할 가능성 낮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이정현 김철선 기자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은 이재명 정부 임기 중 실현 가능하다면서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16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자주국방 정신 없이는 온전히 한반도를 지켜낼 수 없다. 군사력 세계 5위에, 곧 방산 수출 4위까지 꿈꾸는 나라에서 전작권이 없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평가 및 검증은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로 이뤄지며 현재 FOC 평가를 마치고 검증 단계에 있다.
안 장관은 “FOC 검증을 이른 시일 내 마치고 바로 FMC로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가 2014년에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은 ▲ 연합 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3가지이며, FMC 단계에서도 이에 대한 평가 및 검증이 이뤄진다.
안 장관은 이외에도 북핵·미사일 대응, 한미동맹 현대화, 북중러 연대에 대한 평가 등 여러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피력했다.
이하 안 장관과 일문일답.
— 취임 3개월 소회는.
▲ 불법 계엄 이후 군의 명예를 다시 세우는 게 첫 번째 사명이다. 문민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장악력이 아니라 통제력이다. 장악은 ‘손에 쥔다는 뜻이고, 통제는 ‘법과 원칙으로 질서를 세우는 것’이다. 현장에 가보면 많은 장병이 문민 리더십이 이끄는 변화를 기다려왔음을 느낀다. 그 변화는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 국방비를 2035년까지 연평균 7.7% 증액하면 국내총생산(GDP)의 3.5%, 금액으로 126조원까지 늘어난다. 미국 측과도 이를 놓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 GDP 대비 3.5%로 증액은 미측이 요구한 사항은 맞지만, 미국이 요구해서라기보다는 우리의 방위력 개선과 자주국방을 위해 주도적, 능동적, 체계적,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 내년 국방예산을 8.2% 증액했는데 앞으로 8% 수준의 국방비 증액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GDP 3.5% 달성을 2035년보다) 더 빨리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 올해 11월 초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핵심 의제는.
▲ 미측에선 아마 동맹 현대화 문제를 많이 얘기할 것이고, 우리는 그에 더해 전작권 전환 목표와 액션 플랜에 관해 얘기해야 할 것 같다.
— 미측이 대만해협 유사시 동원될 수 있게 주한미군 역할 조정을 요구한다면.
▲ 대만해협 안정은 역내 안보의 필수요소로서 우리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민 의사에 반하게 관여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게 기본 합의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따른 동맹 현대화는 인정하지만, 협의 없이 병력이나 무기체계를 조정하는 건 쉽지 않다.
—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논의도 하나.
▲ 논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국회 인준도 받아 손댈 수 없고, 미측의 요구도 없다.
— 이재명 정부 임기 중에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 그렇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약 20년 동안 우리 군은 피나는 노력을 해왔고, 그 노력의 성과로 상당한 진척을 이뤄왔다. 그것이 (한미가 공동으로) 평가한 내용이어서 남은 기간 1∼2년 안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국형 3축체계’ 전략화를 위해 국방개혁에 매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른 시일 내 FOC 평가를 마치고 바로 FMC로 넘어가야 한다. 자주국방 정신 없이는 우리가 온전히 한반도를 지켜낼 수 없다. 군사력 세계 5위에, 곧 방산 수출 4위까지 꿈꾸는 나라가 전작권이 없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FMC 평가 및 검증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 정성 및 정량 평가인데 (마지막 단계인 FMC까지 끝내자는 결정은) 양국 대통령 결심 사항이다.
— 전작권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 주한미군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겠나.
▲ 미측 고위 관계자를 여러 번 만났지만 주한미군 조정과 감축을 고려해본 적 없다는 게 일관된 메시지였다. 주한미군 조정도 상호 협의로 하는 것이지 일방이 하는 건 불가능하다.
— 현무-5의 실전 배치가 시작됐나.
▲ 현재 양산 단계에 들어갔고, (보유) 수량을 대폭 늘려 생산할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올해 연말부터 실전배치가 시작된다. (현무-5보다) 탄두 위력과 사거리를 한층 강화한 ‘차세대 미사일 체계’를 개발하고 보유 수량을 확대해 방위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북핵 위협에 대응해 ‘공포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상당히 많은 물량의 괴물 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 공군 합동직격탄과 해군 함대지, 지대지, 지대공 등 위력이 작은 순항미사일부터 괴물미사일까지 다종의 미사일을 획기적으로 많이 가져야겠다.
— 고위력 미사일도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에 비해서는 위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 고위력 미사일 약 15∼20기 정도가 떨어지면 핵무기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게 미사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핵무기 못지않게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것이 현무-5다. 우리 군이 보유한 고위력 미사일의 파괴력과 정확도 등 성능을 개량하겠다.
— 북한이 최근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에 대한 평가와 연내 시험발사 가능성은.
▲ 화성-20형은 화성-19형과 달리 탄소섬유복합소재를 적용해 기체를 가볍게 하고 추력을 늘렸다. 기체 무게를 줄이는 대신 탄두 중량을 늘려 다탄두를 탑재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화성-20형을 연내 시험발사하려고 발사대 주변을 정리하는 등 여러 정황이 식별되고 있다. 다만 화성-20형은 아직 양산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다탄두 기술까지 갖췄다고 하기엔 이른 단계다.
–북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평가도 해달라.
▲ 북핵과 관련해서는 1년에 핵탄두를 10∼20개 정도 양산하는 것으로 보이고, 계속 기술력이 향상되는 것이 식별된다. ICBM은 사거리 측면에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비행 능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아직까지 ICBM의 실제 사거리(정상각) 시험발사를 실시하지 않아 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이르지 못했다.
—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기술지원 가능성은.
▲ 일반적 기술 이전은 있어도 핵잠수함의 원자로 등 핵심 기술 이전은 식별되지 않는다. 기술 이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도 있었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니 핵심 기술은 주지 않을 거라 판단한다.
— 지난달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한자리에 섰는데.
▲ 국제 전략환경 변화에 따른 일시적 연대로 인식하며, 3국 간의 전략적 우선순위 차이, 제도화 및 상호운용성 미흡 등을 고려할 때 군사적 협력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한다.
— ’12·3 비상계엄’ 관련 국방부 자체 감사 결과와 장성급 중 조치 대상자 규모는. 또 중장 이하 장성 인사 발표는 언제인가.
▲ 대통령 권한 사항이지만, 계엄과 연루된 사람은 이번 장성급 인사에서는 상당히 (진급 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기본 생각이다. 과거 척결 없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중장 이하) 장성급 인사는 곧 있을 예정이다.
—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기 위해 우리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다고 생각하는가. 평양 무인기 관련 국방부 자체 조사 계획은.
▲ 군 내부에서 감찰하고 있지만 특검에 지원을 많이 해주는 입장이다. 또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고, 그것으로 합법적 계엄을 하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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