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프랭크 램파드 감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는 좋은 순간보다 아쉬운 순간이 많았지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는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램파드 감독은 챔피언십에서 두각을 나타내 PL 감독까지 올라간 케이스다. 2018-2019시즌 더비카운티 지휘봉을 잡아 리그 6위를 기록,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애스턴빌라에 1-2로 패하며 아쉽게 PL 무대를 밟지 못했다. 빌라가 해당 시즌 이후 지금까지 PL에서 살아남았음을 감안하면 더비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램파드 감독은 2019-2020시즌 친정팀 첼시에 부임했다. 당시 첼시는 이적시장 징계를 받아 선수를 영입할 수 없었던 데다 에덴 아자르도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해 선수단 개편이 필요했다. 첼시 유소년 팀 경험이 있는 데다 더비 시절에도 첼시 유소년들을 임대해 중용했던 램파드 감독은 어린 선수들 위주로 리빌딩에 성공했다. 이때 발굴된 선수 중 리스 제임스는 현재 첼시 주장까지 됐다. 다만 램파드 감독은 첫 시즌 리그 4위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그 다음 시즌 부진에 빠지며 2021년 1월 경질됐다.
이후 에버턴에서 재기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램파드 감독은 2021-2022시즌 도중 에버턴에 부임해 우여곡절 끝에 리그 16위로 어렵사리 잔류에 성공했지만, 그 다음 시즌에는 팀 문제점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며 리그 20경기 3승 6무 11패로 강등권인 19위까지 떨어져 2023년 1월 경질됐다. 같은 해 4월에는 임시로 첼시 지휘봉을 잡았는데 구단 수뇌부는 애초부터 어그러진 시즌을 버티기 위해 램파드 감독을 선임한 것에 가까웠다. 램파드 감독도 모든 대회 11경기 1승 2무 8패로 최악의 성적을 거둬 별다른 반전 없이 팀을 떠났다.
이후 1년 넘게 야인 생활을 하던 램파드 감독은 2024년 11월 코번트리시티 사령탑에 앉아 다시 축구계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모습 때문에 나왔던 우려와 달리 17위에 머물던 코번트리를 리그 5위까지 올려 승격에 도전했고, 선덜랜드에 1무 1패로 아쉽게 탈락하며 걱정을 기대로 만들었다.
이번 시즌에는 초반 맹렬한 질주로 자동 승격을 노린다. 코번트리는 리그 첫 9경기에서 5승 4무로 무패행진을 했다. 무려 27골을 넣는 압도적 화력에 더해 7실점만 허용하는 수비도 보여줬다. 최근 4경기에서는 12득점 무실점으로 3승 1무를 챙겼다. 5골 이상 넣은 경기도 세 차례에 달한다. 램파드 감독의 손길을 거쳐 2001년생 공격형 미드필더 잭 루도니, 2000년생 라이트백 밀란 판에베이크, 1999년생 미드필더 빅토르 토르프 등이 프로 경력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챔피언십 수위급 선수로 평가받던 스트라이커 하지 라이트도 리그 9경기에서 8골을 넣는 괴력을 발휘했다.
램파드 감독은 코번트리에서 초창기 자신의 장점으로 평가받던 선수 육성과 공격적인 축구를 성공적으로 배합해 리그 초반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현재 코번트리의 자동 승격 가능성은 56.7%로 점쳐진다. 램파드 감독이 코번트리에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볼 만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