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샐러리캡(연봉 상한제)’ 도입이라는 초대형 변화를 앞두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이 몰린 리그답지 않게, 구단별 선수단 지출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현지에서는 “리그를 죽이는 결정이 될 것”이라는 거센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16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가 ‘앵커링(anchoring)’이라 불리는 새로운 샐러리캡 제도를 논의 중이며, 빠르면 다음 달 도입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규정은 각 구단이 지출할 수 있는 선수단 관련 비용을 리그 최하위 팀이 받은 중계권료 및 상금의 5배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은 현지시간 기준 오는 11월 21일 열리는 회의에서 해당 제도 도입 여부를 표결로 결정할 예정이다. 전체 구단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해당 제도는 2025-2026시즌부터 곧바로 시행될 수 있다.
이 규정은 선수와 감독의 연봉, 이적료 분할지급금, 에이전트 수수료 등 선수단 관련 모든 비용을 포함한다.
‘데일리 메일’은 “2023-2024시즌 기준으로 산정하면 구단당 약 5억 5000만 파운드(약 1조 469억원)가 한도로 설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정을 초과할 경우 즉각 제재가 가해지며, 두 번째 위반 시에는 승점 6점이 삭감되고 초과 금액 650만 파운드(약 123억원)마다 추가로 1점이 감점되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등 잉글랜드 내 대형 구단들은 이 제도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이들은 “이 조치가 프리미어리그의 경쟁력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유럽의 다른 리그로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맨유의 공동 구단주 짐 래드클리프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앵커링 제도는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구단들의 경쟁력을 제한하는 제도다”라며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PSG와 경쟁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구단 경영진 역시 익명을 전제로 “리그가 재앙으로 향하고 있다”며 비판했다고 전해졌다. 해당 구단의 한 임원은 매체에 “이 제도는 프리미어리그를 세계 최고 리그로 만든 핵심 요소인 자유 경쟁과 막대한 투자 유입을 무너뜨릴 것이다. 지금 리그는 눈을 감은 채 재앙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상한제에 묶이면 구단은 선수단 보강에 재투자하기 어렵고, 구단주의 자본 유입도 감소해 리그 전체의 자본 순환 구조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 진영은 리그의 상위 경쟁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매체는 “지난 10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네 개의 서로 다른 팀이 챔피언에 올랐으며, 그중 다섯 번은 최종전까지 우승 경쟁이 이어졌다”면서 “최근 10시즌 중 가장 높은 연봉 지출 구단이 우승한 시즌은 세 번뿐”이라며 리그의 경쟁력 문제는 상위권이 아니라 하위권에 있다는 반론도 소개했다.
한편, 선수노조인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역시 이 제도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현재 PFA는 앵커링 제도가 도입되면 이는 사실상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리그 사무국은 새 제도 도입 시 추가적인 소송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찬반 논란이 극명히 갈리는 가운데, 프리미어리그는 오는 한 달간 구단별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 확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 결과가 리그의 재정 건전성 회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몰락으로 귀결될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사진=스포츠바이블 / 데일리메일 / 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