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 조례학회장 “조례는 지방자치의 심장..주민 관심 중요”

박재영 조례학회장 “조례는 지방자치의 심장..주민 관심 중요”

[편집자주] 이데일리는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은 올해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향후 지방자치의 정착 과제를 중점적으로 짚어봤다. 초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서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속도감있는 정책을 펼치길 기대한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조례는 주민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조례가 지방자치의 심장을 울리는 그런 부분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박재영 한국조례학회장이 1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에 있어 조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박재영(71) 한국조례학회장은 16일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사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에 있어서 조례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조례학회는 지난 6월 행정안전부 사단법인으로 발족한 이후 7월 1일자로 등기를 받은 신생 학회다. 올해로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았지만 지방자치의 핵심인 조례에 대한 주민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현실 인식에서 지방자치를 전공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만들었다.

발기인으로 참여해 초대 회장을 맡은 박 회장은 “단일 주제로 학회를 만든 까닭은 조례의 전문적인 조사 연구를 통해 창의적 조례, 선도적 조례를 만들고 분석 평가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함”이라며 “12만 건이 훌쩍 넘는 조례는 지방자치의 심장을 가동하는 엔진임에도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 전유물이 돼 주민과 거리감이 있었고 양적 팽창에 걸맞은 질적 향상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학회는 자치법규(조례와 규칙)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수행하고 이 분야 전문가 양성, 국내외 조례 비교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 조례의 품질을 높이는 게 주된 업무다.

행정자치부(행안부 전신), 청와대 비서관, 전라남도 부지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박 회장은 그간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요인이나 걸림돌로 △과도한 지방자치의 정치화 △지역분할 고착화 △자치단체장 간 역량 편차 △생활자치 훼손으로 선거 등 비용부담 증가 △방만 경영에 따른 지방자치 비효율성 △주민 관심 저조 등 6가지를 꼽았다.

박 회장은 “사실 지방자치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상당히 기여를 했다고 본다”면서도 “한편에서는 학자들이 오히려 지방자치가 수렁에 빠지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치단체장은 지방의 제왕이다 보니 인사권, 재정권 등 독점을 해가지고 낙하산 인사를 많이 한다”며 “이러다보면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이 심화돼 지방 민주주의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민국의 지방자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민, 의회, 단체장, 지방공무원이 잘 맞물려 굴러가야 한다고 했다. 지방자치를 자동차로 비교해 본다면 네 바퀴가 앞을 향해 하나의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움직여줘야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크게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 바퀴에 문제가 생기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헛돌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지방자치선거 투표율은 50~60% 수준인데,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영국 등 선진국의 지방자치선거 투표율은 70~80%로 높은 편이다.

또 시장·군수·구청장·광역시장·도지사 등 단체장들 역할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해주는 지방공무원의 역량도 중요하다고 박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박재영 한국조례학회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그는 인터뷰하는 내내 조례를 지방자치를 움직이는 심장에 비유했다. 법령의 범위 내에서 조례를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중앙에서 위임한 것의 범위 내에서만 조례를 만드는 경향이 심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생활에 필요한 자치부분의 조례를 스스로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생활 자치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조례에 대한 성과도 적지 않다. 박 회장은 “지방의회의 발전은 우리 조례 질과 양에 있어 획기적 성과를 이뤘다. 우리 삶을 직접 규율하는 조례가 법률 못지않게 전문성과 실효성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지방의회의 공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조례의 진정한 주인은 주민이다. 추상적인 주민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소소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조례는 국가 법령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치법규지만 우리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는 약속이기도 하다”고 했다. 동네 놀이터를 어떻게 관리할지, 지역 생활체육시설을 어디에 둘지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해 우리가 갖춰야 할 능력을 배양하는 데까지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조례가 발전하기 위한 과제로는 헌법과 법률 개정을 통한 지방자치의 핵심 역할을 수행, 주민참여 확대로 지방의 자치법규로서의 위상 확립, 선제적·창의적 조례 제정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을 꼽았다.

박 회장은 향후 학회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신생 학회이나 목표와 전략이 뚜렷하기 때문에 행안부, 각 시도, 시군구 지자체 의회와 협조해 조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라며 “무엇보다 조례와 관련한 주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 법 개정에 우리 학회의 의견을 개진하고 조례에 대한 전문 지식 함양을 위한 순회 세미나를 개최하며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의 고도화 작업에 참여하고 싶다”면서 “궁극적으로 한국조례학회의 장점인 이론과 실무에 정통한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공부하는 학회를 넘어 실사구시에 입각한 새로운 학회의 본보기가 될 만한 모범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재영 한국조례학회장 △전남 담양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한양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전남 함평군 군수 △영국 버밍험대 지방자치연구소 △청와대 행정관 △행정자치부 행정과장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분권국장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 균형발전재정 본부장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자치비서관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사무처장 △광주대학교 부총장 △광주전남연구원장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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