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면이든 뒷면이든 달은 달”(‘굿뉴스’ 대사)이고, 펴지든 구겨지든 설경구는 설경구다. 배우 설경구가 신작 ‘굿뉴스’를 통해 자신이 대체 불가능한 배우임을 다시 한번 복기시킨다.
1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설경구와 변성현 감독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에 이어 네 번째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970년 요도호 납치 사건에서 출발한 영화는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설경구는 가상의 인물 아무개를 연기했다. 인칭 대명사를 이름으로 차용한 점에서 알 수 있듯, 모든 것이 불분명한 ‘정체 미상’의 인물이다. 동시에 유난히 비상한 머리와 빠른 임기응변, 유연한 대처 능력으로 암암리에 나라의 대소사를 도맡아온 ‘실력자’이기도 하다.
그의 단골 거래처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 여느 때처럼 그를 부른 박상현은 평양으로 향하는 납치된 일본 여객기를 대한민국 땅에 착륙시키라고 지시한다. 국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안에 아무개는 거절의 뜻을 내비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건 협박에 가까운 회유뿐이다. 결국 아무개는 비상한 머리를 다시 한번 돌리고,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을 앞세운 새 판을 짠다.
아무개는 ‘날 것’의 설경구를 담았다는 점에서 더없이 반가운 캐릭터다. 설경구는 ‘지천명 아이돌’이란 별칭을 얻은 ‘불한당’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반듯한 역할을 도맡아왔다. 직업으로 분류하자면 변호사(‘퍼펙트맨’ ‘보통의 가족’)나 정치인(‘킹메이커’ ‘돌풍’), 혹은 총독부(‘유령’), 청부살인업체(‘길복순’) 등에 몸담은 권력자로, 변 감독의 말마따나 ‘빳빳하게 핀’ 캐릭터들이었다.
반면 이번 아무개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변성현이 날 (예전처럼) 다시 구겨버리겠다고 했다”는 설경구는 이 말을 현실화시키겠다는 듯 사정없이 찌그러진다. 눈 아래 모반을 찍고 허름한 외투에 삐뚤어진 볼캡을 쓴 외형은 잡상인과 다름없고, 건들건들한 행동과 방정맞은 말투는 신뢰 대신 반감을 안긴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얼핏 헛소리만 늘어놓는 듯하지만 몇 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고, 얼핏 겁쟁이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배포가 크다.
극의 객체이자 주체라는 점도 흥미롭다. 아무개는 제삼자처럼 사건을 면밀히 지켜보는 도구로 쓰이다 순식간에 상황을 전복시키는 플레이어가 된다. 핵심은 서고명처럼 내레이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각 상황을 설명하기보다 만들어낸다. 동시에 블랙코미디 속 주인공의 의무, 예를 들면 대화와 상황의 엇박자, 슬랩스틱 등을 매끄럽게 소화하며 변 감독의 메시지를 챙긴다.
변 감독은 “‘불한당’ 이후 설경구가 다른 작품에서도 슈트만 입고 나오던데 (실제로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모습, 매력을 꺼내고 싶었다”며 “테스트 촬영 때 설경구가 몇 발짝 걷는 것만 보고 ‘됐다’ 싶었다”고 귀띔, 작품 속 그의 활약에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