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지난 7일 베트남과 캄보디아 접경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한국인 여성이 유흥업소 납치 사건의 ‘모집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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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JTBC에 따르면 숨진 박모씨는 대출 브로커로, 지난 8월 초 30대 여성 2명에게 “계좌이체를 도와주면 1300만원을 챙겨주겠다”고 속여 캄보디아로 유인했다.
이후 종적을 감춘 박 씨는 최근 베트남을 방문했다가 캄보디아로 돌아가던 중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박 씨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박 씨가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이용됐다가 살해됐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당시 박 씨의 꼬드김에 넘어가 캄보디아로 향한 여성 2명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에게 넘겨져 여권과 휴대전화를 모두 빼앗겼다.
납치된 여성들은 시아누크빌 호텔에 감금됐다가 3일 후 범죄단지인 ‘웬치’에 넘겨졌다. 이후 탈출 시도가 적발되자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
납치된 여성 A씨는 프놈펜으로 넘겨져 구타를 당하고, 머리채가 잡히는 등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뾰족한 걸로 목을 찌르려고 하는 순간 손을 꺾고 난리를 치더라. 하얀 티셔츠에 피가 묻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또 조직은 시체 처리비를 내라며 30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B씨는 유흥업소에 끌려갔다. B씨는 “옆에 앉아만 있으라고 하더니 갑자기 ‘그 사람이 너를 마음에 들어 하니 2차를 나가라’고 하더라”며 강제로 일을 해야만 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두 사람은 감금 13일 만에 구조됐다. 한국에 있는 지인의 신고로 구조된 것이다. 다만 서류 처리 지연으로 현지 경찰서에서 한 달 넘게 구금 생활을 해야했다.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조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조직은 A씨 딸 사진, 납치 당시 강제로 마약을 투여한 영상 등을 온라인에 퍼뜨리며 돈을 요구했다. 특히 대출 브로커(박 씨)가 숨졌는데 ‘다음은 너 차례야’라는 살해 협박도 받았다.
B씨는 역시 “보복당하는 게 제일 무섭다. 또 납치될 수도 있고 사람도 못 믿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7일 캄보디아와 인접한 베트남 국경 지역에서 30대 여성 박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납치·감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합동대응팀이 15일(현지시간) 캄보디아에 도착했다. 대응팀 단장인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은 “추가적인 피해가 없도록 총력을 다해 예방 대책을 세우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