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채상병 사건 관련 수사 외압·은폐 의혹을 들여다보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국회 법사위가 고발한 사건을 접수한 후 특검에 이첩하기 전까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특검은 ‘이종섭 도피’ 의혹과 관련해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윤석열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순차적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한편, 해병특검은 출범 후 아직까지 기소 ‘0’건을 기록 중이다. 내란특검, 김건희특검에 비해 수사가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 입건·압수수색…’수사 지연’ 경위 규명
해병특검은 오동운 공수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재승 차장과 박석일 전 수사3부장도 함께 입건돼 수사 대상이 됐다.
정민영 특검보는 15일 정례브리핑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송창진 전 공수처 수사2부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수처가 접수한 이후 특검에 이첩하기 전까지 사건 처리와 관련해 담당 주임검사와 공수처장, 공수처 차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께 수사관들을 공수처로 보내 수사기획관실과 운영지원담당관실, 사건관리담당관실 등에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오 처장의 휴대전화 등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수처에 대한 특검 압수수색은 지난 8월 29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를 분석하던 중 공수처가 송 전 부장 고발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는 등 위법 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직무유기 혐의와 관련한 추가 증거 확보에 나선 것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
특검팀은 당시 공수처 수장이었던 오 처장을 비롯해 이 차장, 박 전 부장검사가 대검 미통보 과정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송 전 부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건에 이종호 전 블랙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고 말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위증 혐의로 고발당했다.
송 전 부장은 공수처 임용 이전에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을 맡은 전력이 있다.
특검팀은 공수처의 채상병 사건 수사 기간과 임기가 겹치는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등의 입건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특검팀은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한 뒤 오 처장 등의 소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종섭 호주도피 의혹’ 김태효 장호진 첫 조사
해병특검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도피 의혹과 관련해 김태효 전 차장과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채상병 사망 사건 당시 국방부 수장이던 이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에 임명됐다. 공수처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던 이 전 장관은 지명 당시 출국금지 상태였으나 그로부터 나흘 뒤인 3월 8일 출국금지가 해제됐고 이틀 뒤 출국했다.
출국 이후 국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이 전 장관은 11일 만에 귀국했고, 임명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3월 25일 전격 사임했다.
장 전 실장은 16일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범인도피·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장 전 실장은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되고 사임하던 2024년 3월 안보실 수장을 맡고 있었다. 또 이 전 장관에 대한 호주대사 임명 논의가 이뤄지던 2023년 말에는 외교부 1차관으로 일했다.
14일에는 김태효 전 차장을 소환했다. 김 전 차장은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내정·임명되고 출국·귀국하던 시기에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냈다.
특검팀은 당시 안보실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은 물론 귀국 명분용으로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를 기획하는데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이 전 장관에 대한 대사 임명 검증이 이뤄지던 2023년 말 안보실 총책임자인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지난달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특검팀은 최근 추가로 파견받은 검사 2명을 모두 호주 도피 의혹 수사에 투입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조만간 출국금지 해제와 관련해 대사 임명 논의 시점을 전후해 재직했던 한동훈·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