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지금의 한류는 주류 문화로 거의 정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성된 이 영화를 본 베트남 현지 스태프가 ‘영화가 시작된 순간 한국 냄새가 바로 난다’고 이야기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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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베트남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감독 모홍진)를 제작한 모티브픽쳐 김대근 대표는 작품 개봉을 앞두고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심지어 후반작업을 베트남에서 했는데도 그렇더라. 영화 뿐 아니라 한국 문화는 그 영역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사람이 만들면 무언가 다르다는 인식 자체가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위와 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오는 11월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거리의 이발사로 일하며 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를 혼자 돌보는 아들 환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한국에 있는 형에게 엄마를 데려다 주기 위해 떠나는 휴먼 감동 드라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한국인 모홍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지만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한국과 베트남 현지 제작사가 공동 참여해 3년간 협업했다. 주요 크레딧에서 한국과 베트남 현지 스태프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반반이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베트남에서 먼저 개봉해 3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현지에서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내에선 배우 정일우가 이 영화에 출연해 현지 배우들과 함께 존재감을 빛냈다.
김대근 대표는 “해외 진출을 계획한 건 2014년부터로, 한국 영화와 문화가 해외에 알려질수록 더 넓은 시장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며 “코로나19로 미뤘던 해외 시장 진출 시도를 처음으로 실천한 영화가 ‘이공삼칠’이었다. 크랭크인 전부터 해외 개봉을 미리 준비한 것은 물론 캐스팅도 해외 시장을 고려해 예능 ‘런닝맨’으로 해외 인지도가 높던 배우 전소민이 함께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공삼칠’이 베트남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결실을 맺은 덕에 해외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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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개보을 진행하며 시장을 직접 확인한 뒤 진출에 대한 확신을 굳혔다”고 회상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의 영화화를 계획한 건 202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사 내부 모니터링 작업까지 약 3개월은 한국식 시나리오를 먼저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지만, 베트남 현지인 번역가를 섭외해 1차 번역을 거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통할지 모르지만, 베트남 현지에선 안 맞는 이야기’란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이후 번역 초고를 바탕으로 베트남 영화인들의 피드백을 반영에 시나리오에 녹였다. 이 과정에서 모홍진 감독이 약 6개월간 한국과 베트남을 오간 것은 물론, 현지 영화들을 관람하며 베트남 현지 배우들의 연기 톤과 특징을 찾아내며 주연 배우를 물색해나갔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현지인들이 느끼는 정서를 현지에서 직접 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는 판단에 숙소를 장기 렌트해 생활하며 현지 문화와 생활습관, 정서들을 배워나갔다”며 “현지 생활상으르 직접 체험한 과정 끝에 처음 이 시나리오가 지적받은 이유도 알게 돼 수정해나갔다, 어떤 장면은 사전 대본 리딩에서 주인공을 맡은 뚜언 쩐 배우에게 가이드라인을 준 후 중심을 잡고 4명이서 하는 대화 장면의 애드리브를 이끌어달라 주문하기도 했다. 시나리오 내용은 모두 포함하되 대화를 전부 베트남 현지인의 일상 대화로 구성했다. 그만큼 편집할 때도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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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버리러 갑니다’가 현지에서 먼저 개봉해 뜻깊은 성과를 냈지만, 현지 제작사와 호흡을 맞춰 지식재산권(IP)을 공동개발하는 제작 방식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도 조언했다. 김 대표는 “자칫 잘못하면 그냥 현지영화가 될 수도 있다”며 “합작이라는 것은 양국의 장점이 시너지를 발휘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대한민국’이란 브랜드가 희석되면 곤란하다”고 충고했다.
또 “한국 문화, 한국 제작진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이해도가 바탕이 되어있는 나라여야만 합작에 시장성이 있다고 보인다”며 “합작하는 나라가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 나라의 기본적 영화 인프라, 인구 밀도 역시 판단의 중요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산업의 해외 진출은 일반적인 상품의 수출 방시과 차이가 많다”며 “특히 극장이라는 유통 환경은 지속 가능한 기간이 매우 짧다. 그래서 타깃 관객층도 명확해야 한다. 타깃이 될 국가와 관객층을 명확히 한 뒤 우리나라와 각 국가의 장점들을 융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오는 11월 5일 국내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