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국내 영화 제작사들이 침체된 내수 시장의 돌파구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베트남·태국 등 한류 열기가 뜨거운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다국적 프로젝트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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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에선 활로 못 찾아…동남아로 떠나는 제작사들
16일 극장가에 따르면 배우 정일우 주연의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감독 모홍진)가 오는 11월 5일 국내 개봉한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한국인 모홍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지만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한국과 베트남 현지 제작사가 공동 참여해 3년간 협업했다. 주요 크레딧에서 한국과 베트남 현지 스태프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반반이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베트남에서 먼저 개봉해 3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현지에서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조’, ‘창궐’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하고 이광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 ‘러브 바리스타’도 한·베 합작물로 이달 초 베트남에서 선개봉했다. 한국인 감독이 구상한 로맨틱 코미디를 현지 정서와 취향에 맞게 각색하기 위해 베트남 제작사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호찌민에서 만난 한국 톱스타와 베트남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국내 제작사 루이스픽쳐스는 ‘셔터’, ‘랑종’을 연출한 태국 대표 호러 거장 반종 피산타나쿤 감독과 손을 잡고 심리 호러 영화 ‘타니’ 제작에 돌입한다.
국내 제작사의 해외 합작 시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과거에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콘텐츠 강국’ 중심의 협업이었다면, 최근에는 한류 콘텐츠의 인기를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베트남 제작사 런업베트남과 손잡고 한·베 합작 영화 2편을 공동 제작한다. 이 회사의 김원국 대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며 “K콘텐츠에 대한 호감도과 이해도가 높고, 산업 성장세가 가파른 베트남이 향후 유망한 대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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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 간 협업도 눈길…“국가별 장점 확실히 드러나야”
3개국 이상 참여하는 다국적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주리 감독의 신작 ‘도라’는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가 출연하고 프랑스가 제작에 참여하는 한·일·프 3국 합작 프로젝트다. ‘한국이 싫어서’(2023)를 선보였던 장건재 감독의 차기작은 일본·대만·프랑스와 함께하는 합작 영화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를 제작한 김대근 모티브픽쳐스 대표는 “이제 한류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주류”라며 “외국 제작사들에게는 ‘한국 사람이 만들면 다르다’는 신뢰도 생겼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현지 제작사와의 단순한 지식재산권(IP) 공동 개발보다는, 협업 국가의 문화적 장점을 뚜렷하게 살리는 전략적 협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동하 한국프로듀서조합(PGK) 대표는 “다국적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설 자리가 부족한 신인 감독들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한 교류의 장 마련, 국제 공동제작 펀드 조성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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