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중간계’ 리뷰: 이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네 사람이 해외에서 불법으로 수천억을 번 재력가 ‘재범'(양세종)의 어머니 장례식장에 모였다.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 소속 ‘장원'(변요한)은 ‘재범’과 모종의 거래를 한 상황, 반드시 그를 다시 풀어줘야 한다. 반면 서울청 외사과 팀장 ‘민영'(김강우)은 무조건 ‘재범’을 잡을 생각만 하고 있다. 여기에 ‘장원’과 동행한 아역 출신 배우 ‘설아'(방효린)는 ‘마약’ 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후 복귀를 위해 기회를 엿보고, 방송 시사교양국 PD ‘석태'(임형준)는 ‘재범’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 장례식에 함께했다.
한편 ‘재범’의 돈을 노리고 있는 ‘물개'(이무생)는 자신의 부하들을 이용해 그를 납치하는 데 성공하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네 사람은 납치범을 뒤쫓는다. 그러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모두가 ‘중간계’에 갇히게 된다.
영화 ‘중간계’는 ‘범죄도시’ ‘카지노’ ‘파인: 촌뜨기들’ 등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강윤성 감독과 국내에서 AI 창작 영역을 선도해 온 권한슬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대표의 합작품이다. 이승과 저승 사이, 미지의 공간 ‘중간계’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선보이는 추격 액션 블록버스터다.
애초 5~10분짜리 AI 제작 영상 제안을 받은 강윤성 감독이 과거 데뷔작으로 선보여려 했던 작품 ‘뫼비우스’의 시나리오를 뜯어고쳐 장편 영화로 만들었다. 특히 국내 최초로 AI를 활용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첫 시도인 만큼 관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런닝타임 60분, 티켓 가격 8000원으로 개봉했다.
초반,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이 등장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어 납치범들이 등장하며 ‘재범’과 마주치는 상황부터 네 사람의 필사적인 추격까지 강 감독 특유의 긴박하고 쫄깃한 연출이 이어지면서 흥미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차량 폭발 신은 고퀄리티로 눈길을 끈다. 강 감독에 따르면 이 장면은 CG만으로 후반 작업을 할 경우 4~5일이 걸리는 것을 AI로는 1분 만에 만들 수 있었다고. ‘효율성’에 완성도까지 잡은 것이다.
이후 12지신을 형상화 한 저승사자의 등장까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AI 기술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실사와 AI가 충돌하는 장면, 조계사에서 등장하는 사대천왕의 움직임 등에서는 부족함이 드러난다. 생동감이 떨어진다. 강 감독과 권 대표는 “영화 촬영 중에도 AI 기술이 실시간으로 발전했다. 당시와 비교해 지금 이 시점에도 엄청나게 발전한 상태다”라고 강조했다. 기존 CG 기술이 아닌 AI를 제대로 활용한 시도인 만큼, ‘어색함’이 묻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통 아저씨'(개그맨 이양승)의 등장이 예기치 못한 반전을 선사한다. 몰입도 높은 추격 액션물이 순식간에 B급 병맛 코미디로 뒤바뀐다. 강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누구나 예상하는 염라대왕의 모습을 탈피하고 싶었다”며 통아저씨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인 작품인 만큼 강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누구보다 냉정하고 수준 높은 관객들이 이해해 줄지 모르겠다.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무엇이든 첫 술에 배부른 것은 없다. 한국영화에 접목한 AI 기술이 궁금하다면 관람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며, ‘재미’만 따진다면 ‘실망’할 수 있다.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15일 개봉.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