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누구인가?

2025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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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지난 10일 202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 위원회는 마차도를 “최근 라틴아메리카에서 시민의 용기를 보여준 가장 탁월한 사례 중 하나”라고 칭송하며 “베네수엘라 국민의 민주적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수년간 여러 국가로부터 정당성이 없다고 여겨지는 니콜라스 마두로 모로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12년 통치에 맞서 싸워왔다.

58세인 마차도는 수십 년간 베네수엘라를 통치해 온 니콜라스 마두로가 이끄는 차비스타(Chavista·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정권에 맞서는 주요 야당 인사로 떠올랐다.

마두로 대통령의 스승은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인 우고 차베스로, 그의 사회주의 정치 이념은 많은 이들에게 단순히 ‘차비스모(Chavismo)’로 알려지게 되었다.

수년간 마차도는 집권당의 천적으로 여겨져 왔다. 차비스모가 가장 강력했던 시기에도 우고 차베스 본인 및 그의 통치 체제에 대한 비판을 굽히지 않은 야권 인물이었다.

이에 당국은 마차도의 출국을 금지하고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등 점점 더 많은 제재를 가했다. 당국은 이러한 조치가 그가 미국 “제국주의”와 연루됐다는 주장으로 정당화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마차도는 정치 활동을 이어갔고, 결국 베네수엘라 야권의 명실상부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굳은 의지로 이를 이뤄냈다.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도로가 차단되고 항공편이 취소되며 누군가 자신의 차량이 동물 피를 뿌리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전국을 두 차례 횡단했다.

2024년 말에는 마차도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

인파로 가득한 거리를 순회하는 동안 수십 명이 그에게 묵주를 건넸다. 그는 이 묵주들에 이름, 장소, 날짜를 적어 목에 걸고 다닌다.

가장 큰 집회에서는 가슴에 열 개가 넘는 묵주를 걸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는 “묵주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기도가 우리가 계속 싸울 수 있도록 격려하는지 기억해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4년 7월 선거 이후 이같이 발언했는데, 당시 마두로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정부 성향 선거 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CNE)는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마두로의 승리를 정당화할 만한 구체적인 선거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CNE가 마두로의 승리를 발표한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마차도는 야권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를 입증할 증거도 가지고 있었다.

선거 감시 단체에서 정치 경력을 시작한 마차도는 이번 선거에서 다른 야권 활동가들과 협력해 자동 투표 시스템을 감시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참관인이 확보한 공식 기록을 바탕으로 병행 투표 집계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로써 야권은 “마두로의 사기”라고 규정한 부정선거를 폭로했으며, 제시된 “압도적인 증거”를 근거로 미국 등 여러 국가가 곤살레스를 승자로 인정하도록 했다.

마차도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음성 메시지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승리를 주장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재차 말했다. “그러니 우리는 저항해야 합니다. 국민 곁에 머물며 그들을 버리지 않겠다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끝까지 갈 테니까요.”

“끝까지”는 마차도의 슬로건이 됐고, 그는 일종의 민중의 구세주이자 야권 연합의 지도자로 부상했다. 수년간 야권 연합은 마차도가 마두로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선거 과정에 반대하고 국제 군사 개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그를 골칫거리로 여겨왔다.

하지만 마차도는 2023년 11월 인터뷰에서 밝혔듯, 수백만 베네수엘라인들과 마찬가지로 변했다.

“우리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그 실수들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기반했거나, 모든 정보를 갖추지 못했거나, 맞닥뜨린 상황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면, 그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발견해 왔습니다. ‘아, 내가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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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도는 지지자들이 건네준 묵주를 목에 걸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차비스모와 야당의 반대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파리스카는 세 자녀를 뒀고, 네 자매 중 장녀다.

마차도의 아버지는 금속업계의 저명한 사업가로, 그의 기업들은 마두로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에 의해 국유화됐다.

어머니는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테니스 선수다.

금융을 전공한 산업공학자인 마차도는 빈곤 퇴치 및 선거 감시 단체에 합류하기 전 기업에서 근무했다.

이후 그는 미국 공화당과 가까워졌다. 미국은 그가 거주했던 곳이자, 그가 정치적 유대 및 인맥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차비스모는 그를 항상 “제국주의 쿠데타 음모”의 협력자로 간주했다.

그에게 제기된 첫 번째 혐의는 미국 재단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자금을 받았다는 것이었으며, 이 혐의로 인해 3년간의 출국 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2010년 그는 반공주의 메시지를 내세운 무소속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2012년에는 야당 대선 경선에서 엔리케 카프릴레스에게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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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치 경력 내내 선거는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자격 박탈로 인해 마차도는 지난 10년간 체제 밖에서 정치 활동을 해왔다. 2014년 레오폴도 로페스와 함께 “마두로 축출”을 주장했고, 2017년과 2019년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정부를 최초로 “독재 정권”이라 규정했으며, 차비스모 세력과의 모든 협상 시도를 거부하고 마두로 축출을 위한 무력 사용을 옹호했으며, 주요 야당들을 “협력자”라 비난하며 반대했다.

이러한 입장과 체포 위협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머물겠다는 그의 고집, 그리고 아마도 가족의 금속 산업 인맥 덕분에 그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카프릴레스, 로페스, 후안 과이도 등 지도자들의 영향력이 약화하면서 그는 마두로에 맞설 세대의 마지막 인물로서 가장 확실한 선택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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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정권이 그를 상대로 제기한 첫 번째 혐의는 미국 기관들로부터 불법적으로 자금을 수수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2005년 조지 W. 부시와 만났다.

국민과의 새로운 연결

학계에서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카우딜리스타(caudillista·독재자) 정치 문화를 지녔다고 흔히 말한다. 시몬 볼리바르를 시작으로 19세기와 20세기는 개인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지도자들이 많았다.

비록 이런 현상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많은 사람은 이 정치 문화의 뿌리를 석유의 발견과 이후 국유화에서 찾는다. 석유는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을 돌보는 “마법 같은 국가”라는 개념을 키운 자원이었다.

우고 차베스는 그만의 방식과 특정한 이유로 이러한 정치 문화의 마지막 계승자였다.

마차도는 이념적으로 정반대 입장에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그 동일한 정치 문화를 활용해 국민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이는 2024년 선거 과정에서 그가 개최한 대규모 집회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남녀노소, 모든 사회 계층의 사람들이 그에게 환호하고, 포옹하고, 얼굴과 손에 입을 맞췄다.

그들은 마차도를 향해 “내 사랑”, “내 여왕”, “잘 지내, 내 딸”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그를 딸이자 어머니, 할머니로 여겼다. 그들은 그를 위해 신께 기도했다.

그들은 그가 “아레차”(arrecha·용맹한)하고 “용감하고 일관된” 인물이라는 점을 존경하고 경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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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에서 마차도는 자격 박탈로 인해 물러나고 대신 다른 후보를 내세웠다

2012년 1월 13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국회에서 연례 국정 연설을 했다.

선출된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던 중, 44세 야당 의원의 당당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차도는 “몰수, 즉 절도를 일삼아온 당신이 어떻게 민간 부문을 존중하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차베스는 오랜 침묵 끝에 여당 의석에서 터져 나온 야유 속에서 이렇게 답했다. “의원님, 경선에서 승리하시길 권합니다. 당신은 저와 논쟁할 수준이 아니니까요.”

잠시 멈춘 뒤 그는 덧붙였다. “독수리는 파리를 사냥하지 않습니다, 의원님.”

12년 후, 마차도는 예비선거에서 95%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그가 전 세계에 공개한 공식 기록에 따르면,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야권 후보로 출마한 대선에서도 70%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리고 이번에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그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유를 위해 수년간 헌신한 공로”로 평화상을 받았다.

파리가 결국 독수리가 된 셈이다. 지금 베네수엘라 대다수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이는 바로 마차도다.

*이 기사는 원래 2024년 8월 3일 BBC Mundo에 게재되었으며, 2025년 10월 10일 노벨 평화상 발표 이후 업데이트됐습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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