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후보가 아니라는 예상을 뒤집고 정규시즌 3위로 가을야구에 나선 프로야구 SSG 랜더스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에서 도전을 멈춰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SSG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2025 신한 쏠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PO 4차전에서 2-5로 패배했다.
이로써 SSG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밀려 준PO에서 탈락했다.
준PO 1차전을 내준 SSG는 2차전에서 김성욱의 끝내기 홈런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지만, 3차전을 내주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역대 5전3선승제의 준PO에서 1승 1패로 맞선 상황에 3차전을 승리한 팀이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 진출한 확률은 100%였다. 이전까지 1승 1패로 맞선 경우가 7차례 있었는데 모두 3차전 승리 팀이 PO행 티켓을 가져갔다.
SSG는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앞세워 0% 확률 뒤집기에 도전했으나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가지 못했다.
김광현은 5이닝 1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에이스 다운 쾌투를 선보였다. 시즌 막판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김광현은 이날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그러나 타선이 삼성 선발 아리엘 후라도 공략에 애를 먹어 힘겨운 싸움을 펼쳤고, 불펜이 흔들리면서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켰다.
시즌 내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9월 이후 뜨겁게 달아올랐던 SSG 타선은 준PO 들어 타격 페이스가 하락세에 들어섰고,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준PO 1~3차전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린 고명준을 필두로 타선이 살아나길 바랐으나 5회 1사까지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비록 가을야구 도전을 준PO에서 멈춰섰지만, SSG는 2025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세대 교체를 이루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SSG를 5강 후보로 꼽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SSG는 2024시즌 하위권에 처져있다가 막판 매섭게 승수를 쌓은 끝에 5위 결정전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5위 결정전에서 KT 위즈에 3-4로 역전패를 당해 아쉽게 가을야구행 티켓을 놓쳤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SSG는 지난 겨울 프리에이전트(FA) 영입 등 별다른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SSG의 5강 진입 가능성을 낮게 점친 이유다.
실제로 SSG는 전반기를 6위로 마무리했다. 전반기 5위이던 KT와는 불과 1경기 차라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잘해봐야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 나설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SSG는 9월 이후 21경기에서 14승 7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진격을 거듭했고, 결국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해 준PO 직행 티켓을 따냈다.
SSG를 3위 등극까지 이끈 것은 강력한 마운드, 그중에서도 불펜진이었다.
올 시즌 SSG의 팀 타율은 0.256으로 8위,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706으로 8위였다.
하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3.63으로 한화 이글스(3.55)에 이어 2위였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에서 3.36으로 1위에 오르며 ‘철벽’의 면모를 과시했다. 리그 전체 평균이 4.47인 것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리그 최하위인 키움 히어로즈가 5.79였다.
지난해 38홀드로 홀드왕에 오른 불혹의 노경은이 올해에도 35홀드를 거두며 2년 연속 홀드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트레이드를 통해 KT에서 SSG로 이적한 김민이 22홀드를 수확하며 제 몫을 다했다.
올 시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이로운도 6차례 구원승에 33홀드, 평균자책점 1.99를 작성하며 믿음직한 필승조로 입지를 굳혔다.
‘철벽 불펜’에 정점을 찍은 것은 굳건한 뒷문지기로 거듭난 마무리 투수 조병현이다. 조병현은 올해 69경기에서 30세이브를 수확했고, 평균자책점은 1.60에 불과했다. 이닝당출루허용(WHIP)은 0.89에 불과했다.
안정적인 세대 교체에 성공하면서 젊은 피가 대거 주축으로 자리잡은 것은 SSG의 올해 가장 큰 소득이었다.
필승조를 이룬 조병현, 이로운은 각각 2002년, 2004년생이다.
이외에 조형우가 수비에서 한층 안정감을 자랑하며 주전 포수로 자리를 잡았다. 최정의 뒤를 이을 ‘젊은 거포’ 고명준도 17홈런을 터뜨리며 잠재력을 꽃피웠다.
유망주에 머물렀던 내야수 안상현도 공수에서 모두 성장세를 보이면서 확실한 1군 전력이 됐다.
선발진에서도 김건우가 시즌 막판 연일 쾌투를 펼치며 차세대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 한 뼘 자란 젊은 피들이 가을야구라는 큰 무대에서 쌓은 경험은 성장의 또 다른 자양분이 될 터다.
준PO 상대 팀이었던 삼성이 좋은 예다. 삼성의 젊은 선수들은 지난해 PO, 한국시리즈를 거치면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2025시즌은 SSG가 내년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