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 1000명’, 동남아 노리던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 왜 한국인 노리나?

‘한국인만 1000명’, 동남아 노리던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 왜 한국인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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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캄보디아에서는 외국인 대상 취업사기 및 납치 등 범죄가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프놈펜의 한 범죄단지에서 검거된 베트남 국적 용의자들의 모습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에 대한 취업사기 및 납치∙감금∙폭행 등 사례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왜 한국인 피해 규모가 이렇게 커졌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고문에 의해 사망한’ 경북 출신 20대 대학생의 사건이 알려진 뒤로, 유사한 납치와 감금, 가혹행위 등에 대한 신고와 제보가 접수됐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15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사기 산업에 한국인이 “1천 명 남짓 속해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국적을 가진 20만 명 가량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범죄는 주로 ‘고수익 해외 일자리’ 등으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납치∙감금한 후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 불법 업무에 투입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최근 알려지고 있는 캄보디아 내 범죄산업의 규모, 한국인들의 연루 규모는 범죄의 심각성만큼이나 놀라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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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캄보디아 내 한국인 스캠산업 종사자 수를 1000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이미 ‘코로나’ 직후부터 피해 다수 발생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한 취업사기 및 강제노동, 고문과 감금 등 가혹행위 사례는 코로나19 펜데믹 시기부터 본격화돼, 2022년경부터 인접한 국가들에서는 이미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캄보디아 내 범죄 조직들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외국인들을 데려온 후 피싱, 스캠 등 온라인 사기를 일삼는 일명 ‘사기 공장(센터)’등에서 일하도록 했다.

2022년 8월에는 캄보디아 카지노에 구금됐던 베트남인 40여 명이 탈출해 강을 헤엄쳐 국경을 건너다가 16세 소년이 물살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큰 논란이 됐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들은 고수익을 받고 하는 컴퓨터 작업이라고 속아 취업했다가 실제로는 고문 위협과 협박을 받으며 하루 14시간씩 온라인으로 게임 사기 관련 일을 했다.

당시 BBC가 인터뷰한 또 다른 베트남인 감금노동 피해자 치 틴이 전한 당시 캄보디아에서의 경험은 최근 한국인 피해자들이 겪은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치 틴은 “매일 15명과 친해진 뒤 온라인 도박이나 복권 사이트에 가입하도록 유혹해야 했다”면서 “이들 중 5명을 설득해 게임 계좌에 돈을 입금하도록 설득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감독관은 제게 시키는 일을 순순히 하라면서 도망치거나 저항하려고 하면 고문실로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있던) 다른 많은 사람들 또한 제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먹을 것도 얻지 못하고 두들겨 맞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대만인 출신 피해자 양 웨이빈도 호화로운 호텔에 살며 많은 돈을 받고 일할 수 있다는 광고에 속아 넘어간 후 일명 ‘사기 단지(센터)’에 감금돼 강제노동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그는 시설에 들어와 여권을 뺏긴 후 “절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한다. 양은 이후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수천 명이 피해를 당했으며 당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등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러한 사기 수법을 조심하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서 아시아 태평양 이주민 보호 전문가로 활동하는 페피 키비니에미-시디크는 2022년 당시 BBC에 “나이가 어린 피해자들이 대부분이며, 대졸자로 직업을 구하지 못했던 이들도 있다. 온라인에서 좋은 일자리 광고를 보고 꼬임에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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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베트남 남성은 납치범들에게 전기 고문 및 구타를 당했다. 고문의 흔적이 선명하다

한국인 피해자 급증한 이유는?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캄보디아 내 납치감금 신고 건수는 논란이 된 2022년에도 11건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 건수는 2023년 21건에서 2024년 221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330건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인 대상 범죄가 급증한 이유는 이 범죄 대상이 점차 확대된 데다, 특히 한국을 대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을 구조하고 있는 오창수 선교사는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여기에) 한국 사람들이 온 이유는 한국 사람들의 몸값이 제일 비싸다. 그리고 또 한국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으로 얻는 수익이 제일 크다”라고 전하며 한국인들을 중국인에 팔 때 미화 “1만불(약 1420만원), 1만5000불(약 2130만원)”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제주서부경찰서는 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 납치됐다 풀려난 한 20대 남성이 “몸값으로 35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요구받았고 이를 지불해 풀려났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풀려난 또 다른 20대 남녀 2명도 16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지불한 뒤 풀려났다고 창원중부경찰서는 전했다.

베트남인 피해자 치 틴은 2022년에 2600달러(약 370만원)의 몸값을 요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해도 한국인의 몸값이 높은 수준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또 한국 정부가 현지에서 스캠 산업에 종사하는 한국인 규모를 1000명 대로 추정하는 만큼, 이미 한국인들로 이뤄진 범죄조직이 캄보디아에 상당한 규모로 뿌리를 내렸거나 현지 범죄조직과 네트워크를 형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26개의 유령법인을 만들어 수백 개의 대포통장을 개설해 이를 범죄에 이용하기 위해 캄보디아 등 해외로 빼돌리려던 한국인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온라인 사기 범죄의 온상 된 캄보디아

BBC

캄보디아는 최근 미얀마, 라오스와 함께 온라인 사기 범죄의 중심지로 부상했으며, 특히 인신매매, 강제노동, 고문 등 온갖 관련 범죄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50여 곳의 범죄단지에서 노예 노동, 인신매매, 고문 등이 횡행하고 있으며, 정부가 이들 시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카지노에 대한 규제 강화에 따라 수많은 대형 카지노들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지로 옮겨가며 관련 범죄들이 늘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여행이 제한됨에 따라 이곳에 자리잡은 범죄조직들이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범죄들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덧붙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사기 산업이 팽창하면서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절반에 달하는 연간 125억 달러(약 17조9천억원) 이상을 창출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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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는 현재 50여 곳에 이르는 범죄 단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수도 프놈펜의 주요 범죄 단지로 알려진 원구 단지

범죄와 연루된 캄보디아의 조직이나 사무소들은 주로 중국 소유이거나 중국 단체와 연계돼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기 피해자들을 구조하고 대변하는 ‘글로벌 사기 반대 단체(GASO)’는 이러한 단체들이 중국 범죄 조직의 보호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잔 산티아고 GASO 대변인은 “이러한 많은 단체들이 IT, 재무, 자금 세탁 등 별도의 부서를 운영할 만큼 상당히 정교하다”면서 “규모가 큰 곳은 진짜 기업같이 운영돼 사기를 치는 데 필요한 교육도 하고, 진행 상황 보고서도 작성하며 할당량 및 판매 목표치도 설정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정부의 방조 및 미온적 대응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피해자들이 “기만당하고 인신매매되어 이러한 사기 시설의 노예가 되었다”며 이들이 “캄보디아 정부의 명백한 동의 하에 운영되는 범죄 기업들에 잡혀 있었다”며 당국을 비판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캄보디아는 다른 동남아국에 비해 경찰 간 협조 관계가 원할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해 1월~8월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을 통해 캄보디아에 20건의 국제공조를 요청했지만, 실제 회신은 6건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캄보디아 정부는 범죄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르 소카 캄보디아 내무장관은 최근 사이버 범죄 대응 세미나에서 “우리는 외국 범죄 네트워크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온라인 범죄에 가담한 외국인 1만5000명 이상을 추방했다”고 강조했다.

사르 장관은 이어 “사이버 범죄 퇴치는 캄보디아만의 책임이 아니라, 여러 국가들이 협력해야 하는 국제적 과제”라며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의 협력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위성락 실장은 “캄보디아 정부가 검거한 한국 국민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 넘기겠다는, 출국시키겠다는 입장”이라며 “캄보디아가 다른 목적을 갖고서 우리와의 협조를 회피하지는 않는다. 캄보디아 국가 자체나 국민에 대해 불필요하게 부정적 인식을 갖는 일은 멈췄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응팀 급파한 정부, 앞으로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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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캄보디아 사태’에 대한 정부의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한편 과거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외교부가 지난해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경찰 주재관 수를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행정안전부는 업무량이 늘지 않았다며 이를 승인하지 않은 사실이 위성곤 의원실을 통해 확인됐다.

정부는 현재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외교부와 경찰의 피해자 집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14일 캄보디아에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한국인이 약 80명이라고 발표했으나, 경찰은 실종·감금 의심 신고 중 수사 중인 사건이 52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현재 경찰측 자료와 교차 검증을 진행 중이라 전했다.

정부는 최근 문제가 커지자 본격 대응에 나섰다.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신속, 정확하게, 확실하게 대응해달라”고 지시한 이후 정부는 합동대응팀을 현지로 급파했다.

위 실장은 “캄보디아 (수사 당국의) 단속에 의해 검거된 한국 국적의 범죄 혐의자 60여 명을 조속히 송환하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이번 주말까지 송환이 이뤄지도록 노력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캄보디아 정부 당국이 아닌 범죄조직에 의해 감금돼있는 피해자들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은 만큼 이들을 구출하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정부가 캄보디아 내 스캔산업 가담 한국인 규모를 1000명대로 추정하는 만큼, 피해자들 중에는 범죄에 가담한 이력이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 실장은 양국 정부가 합의한 경찰 등 수사 당국이 참여하는 ‘스캠 합동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과 관련해서 “캄보디아 측 20명에 한국 측 4명으로 팀을 이뤄 집중 작업을 할 예정으로, 향후 더 많은 범죄 혐의자를 검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의 공조로 범죄조직에 감금된 국민의 신병 확보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전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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