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삼성라이온즈 외국인타자 르윈 디아즈가 ‘가을야구’에서 정규시즌 타격 3관왕의 존재감을 마음껏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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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이 열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삼성라이온즈와 SSG랜더스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2만여 야구팬들의 눈과 귀가 타석에 선 타자에 집중됐다.
삼성이 2-0으로 앞섰던 경기는 8회초 불펜이 흔들리면서 2-2 원점으로 돌아갔다. 삼성에게 역전패는 인천에서 열리는 원정 5차전을 의미한다. 이는 유리했던 흐름이 뒤집힌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을 구한 주인공이 있었다. 외국인타자 디아즈였다. 디아즈는 정규시즌 50홈런 158타점을 기록한 괴물타자였다. 하지만 이번 가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와일드카드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친데 이어 준PO에서도 3차전까지 홈런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침묵하던 대포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불을 뿜었다. 상대 투수는 SSG 필승조 이로운. 이로운의 초구 빠른공에 디아즈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디아즈는 볼 2개를 지켜본 뒤 4구 째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힘껏 받아쳤다. 타구는 큼지막한 포물선을 그린 뒤 우측 외야 스탠드에 떨어졌다.
디아즈는 타구를 한참 지켜보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관중석이 난리가 난 것은 당연했다. 두 팀 더그아웃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 한 방으로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디아즈의 역전 투런포로 사기가 오른 삼성은 다음 타자 이재현의 백투백 홈런까지 더해 SSG를 5-2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가을야구는 잔혹하다. 외국인타자 최다 홈런 기록도, 한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도 한순간에 무력해진다. 디아즈는 그 잔혹함을 스스로 이겨내고 자신만의 가을야구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삼성은 한화이글스가 기다리는 플레이오프로 향한다. 사자군단의 가장 강력한 이빨인 디아즈가 완전히 살아난만큼 독수리의 날카로운 발톱도 두렵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