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박찬욱 “잔인하다, 변태 같다, 이런 선입견이 가장 큰 부담” [영화人]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잔인하다, 변태 같다, 이런 선입견이 가장 큰 부담” [영화人]

신작 ‘어쩔 수가 없다’로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를 시작으로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에 이르기까지 매력적인 캐릭터와 경계를 허무는 도발적인 서사, 매혹적인 미장센으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 그는 57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62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7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까지 한국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세 차례 본상을 거머쥐며 세계적 거장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였다.

“‘어쩔 수가 없다’로 관객이 질문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현대 한국 중산층의 삶에서 최저선은 어디인지, 어느 정도 삶을 영위해야 인간다운 삶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러니까 이 남자가 지키고 싶은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박찬욱 감독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국내에서도 리뷰와 반응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박찬욱 감독은 “반응을 잘 안 본다. 크게 어떻다 정도만 들을 뿐 우리 팀도 다 나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을 것 같다. 멘탈 보호해주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좋은 이야기만 해줄 것 같은데 그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멘탈 관리는 당연히 한다. 엊그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인터뷰를 들었는데, 좋은 리뷰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하더라. 하나를 받아들이면 다 받아들여야 한다. 비판적인 리뷰도 인정해야 하는데 나쁜 리뷰를 받아들이기 싫으니까 좋은 리뷰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거였다. 저도 비슷하다. 기예르모가 저와 영혼의 쌍둥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해외 영화제에서 특히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박 감독은 “영화제에서 반응이 가장 좋은 영화여서 기분이 좋았다. 베니스 영화제 기간에 데일리, 평론가 점수를 매기는 집계에서 계속 1등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언론 시사회에서 중간에 박수가 나온 것도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전이었다. 베니스에서 아무것도 상을 받지 못한 게 충격이었다. 앞으로 또 베니스에 갈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토론토만 갈까 보다 싶다. ‘깐느박’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게 류승완 감독인데 그에게 전해달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배우 이병헌의 연기에 대한 희망도 전했다. “기대라기보다는 희망은 이병헌이 남우주연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잘했을 뿐만 아니라 분량도 많지 않나. 다른 작품들을 못 봐서 비교는 못해 아쉽지만 이병헌의 수상은 바래볼 수 있지 않겠나 싶었다. 이병헌이 남우주연상을 받으면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가 큰 상을 받으면 훨씬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어 “감독들이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만들어도 결국 흥행 이야기를 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힘들게 만들었는데 한 명이라도 더 보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공짜 관객이어도 좋으니 많은 사람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박찬욱이라는 이름 자체가 무게감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영화가 굉장히 훌륭하겠다는 기대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다. 오히려 ‘이 사람 영화는 이렇지’라는 고정관념이 제일 부담스럽고, 언제나 떨쳐버리고 싶은 문제다. 신인 감독의 영화처럼 백지 상태에서 봐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다. 가명을 써도 좋을 것 같다. 거기서 얻는 이득은 많다. 인터뷰를 안 해도 되니까. 하지만 가명을 쓰면 발각이 되니까 불가능하다. 잔인하다 끔찍하다는 선입견, 노출, 성적인 묘사, 그게 아니더라도 배배꼬였다, 변태적이다… 이런 선입견이 부담스럽기는 하다. 나이가 들수록 늙은 변태 같아 보일까 봐… 그건 최악이다.”라며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

작품의 수위와 관람 등급에 대해서는 “15세 관람가로 만들려고 한 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예전에 강도가 높았던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목표가 있어서 등급을 조정하는 건 아니고, 각본 쓰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가다가는 18세가 나오겠는데 어쩌지?’라는 단계에 도달했을 때 피해가지 않을 뿐이다. ‘헤어질 결심’이나 이번 영화처럼 각본을 쓰다 보니 자극적인 게 ‘별로 나올 게 없네’ 했을 때는 그냥 두는 것뿐이다. ‘이래서는 나의 팬들이 실망하겠는데’라면서 일부러 수위를 높이는 건 아니다.”라며 기준을 밝혔다.

‘어쩔 수가 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믿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갑작스러운 해고 이후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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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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