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캠프에서 벌어진 소녀 실종사건의 진실 ‘숲의 신’

[신간] 캠프에서 벌어진 소녀 실종사건의 진실 ‘숲의 신’

제주 4·3 비극의 현장 담은 그림책 ‘북받친밭 이야기’

기시 유스케 ‘여름비 이야기’·휴고상 최종후보 ‘에일리언 클레이’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숲의 신 = 리즈 무어 지음. 소슬기 옮김.

1975년 8월,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녀 바버라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일대는 발칵 뒤집어진다.

바버라는 캠프와 그 일대 삼림 보호구역을 소유한 반라 가문의 딸인 데다 소녀의 오빠 역시 과거 이 숲에서 똑같이 실종된 바 있다. 사람들은 소녀의 행방을 찾으러 숲으로 향한다.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미국 작가 리즈 무어(42)의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실제 미제 실종과 연쇄 살인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사라진 소녀를 찾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야기의 중심은 사라진 바버라를 추적하는 과정이지만, 이 끔찍한 사건 속에서도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인물들의 민낯이 씁쓸하게 그려진다.

캠프 지도교사 루이즈는 사태를 책임지겠다는 마음보다 자기 밥줄만 먼저 걱정하며 바버라가 사라진 날 밤 자리를 비웠던 사실을 숨기려 한다. 반라 가문은 실종된 아이들을 찾는 데 도움을 주려 나선 마을 주민들을 마치 일꾼처럼 대한다.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각자의 이야기가 중첩돼 사건의 진상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심코 등장한 듯한 작은 요소들마저 이야기와 관련돼 있을 만큼 짜임새가 견고하다.

은행나무. 696쪽.

[이야기꽃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북받친밭 이야기 = 김영화 지음.

“간혹 산꾼들이 그 숲을 지나다가 뒹구는 솥단지에 발길이 걸채였을 뿐 숲이 속삼키고 있던 ‘북받친밭의 이야기’를 들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슬픔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있다면, 울음소리는 가 닿게 마련이다. 언젠가부터 제주의 고통을 기억하려는 이들이 그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본문에서)

제주 사려니숲길 근처 ‘북받친밭’은 제주 4·3사건으로 1948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제주읍 중산간 마을 사람들이 토벌을 피해 숨어 지낸 곳이다. 유격대 사령관이었던 이덕구가 최후를 맞은 곳으로 전해진다.

제주 토박이 그림책 작가 김영화는 2023년 겨울부터 이듬해 초여름까지 7개월에 걸쳐 현장을 답사하고 작업실 벽 3면에 한지를 붙이고 하루 16시간씩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세필 붓으로 높이 2.7m에 길이 17m의 그림을 완성했다.

이 책은 이렇게 완성된 그림과 북받친밭의 이야기를 담아낸 그림책이다. 27폭짜리 병풍 형태로 제작돼 펼치면 길이가 총 4.2m에 달한다. 앞면은 오늘날 숲의 모습을 담았고, 뒷면은 4·3사건 당시 피란민들의 이야기를 수록했다.

이야기꽃. 54쪽.

[비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여름비 이야기 =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교사로 일하다 은퇴한 노인 사쿠타는 치매 후 빠르게 흐려지는 기억에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하루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옛 제자가 찾아와 스스로 세상을 떠난 오빠의 유작 시집을 건네며 해석을 부탁한다.

교직에 있을 때 일본 전통시 하이쿠를 지도했던 사쿠타는 제자가 가져온 시를 살펴보는데, 의미를 더듬을수록 놀라운 진실이 드러난다.

일본 작가 기시 유스케(66)의 중편소설집 첫 번째 수록작인 ‘5월의 어둠’ 줄거리다. 수록된 세 편의 소설은 모두 누군가가 품은 악의를 실감 나게 표현해 공포감을 준다.

수록작 ‘보쿠토 기담’은 1930년대 향락에 젖어 살아가던 기노시타 요시타카가 꿈에서 자신을 유혹하듯 어딘가로 이끄는 검은 나비를 보고 영험한 스님에게 꿈을 해석해달라고 도움을 청하는 이야기다.

‘버섯’은 프리랜서 디자이너 스기하라 신야가 아내와 다툰 끝에 혼자 교외의 별장에 머물다가 차츰 형형색색의 버섯이 집을 점령하다시피 뒤덮는 과정을 그렸다.

기시 유스케는 호러와 미스터리, SF(과학소설)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를 집필해왔으며 섬세한 심리묘사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소설집의 수록작 역시 인간의 악의와 공포감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비채. 360쪽.

[문학수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에일리언 클레이 =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 지음. 이나경 옮김.

인류가 우주를 여행할 수 있게 된 먼 미래, 생태학자 아턴 다데브는 ‘통치부’라 불리는 권위적인 세계 정부의 과학 정설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외계 행성 킬른의 노동수용소에 수용된다.

아턴은 수용소 동료들과 사령관의 비인도적 처사에 반발해 반란을 계획하지만, 누군가의 밀고 때문에 실패한다. 사령관은 반란을 계획한 이들에게 야생 생태계를 탐사하는 위험한 일을 맡긴다.

탐사팀은 킬른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이동 수단인 비행체를 잃고,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야생의 공간을 행군해 수용소를 향한다.

올해 필립 K. 딕상과 휴고상 최종 후보에 오른 영국 작가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53)의 장편 SF(과학소설)다.

소설 속 정부는 외계 행성을 침략하고 외계 생명체보다 인류가 우위에 있음을 입증하려 하는 등 제국주의를 연상케 한다. 정부의 이런 오만함은 조난됐다가 귀환한 아턴 일행에 의해 무너진다.

아턴 일행은 귀환하는 여정에서 마침내 ‘킬른의 법칙’을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진화를 이루고 체제를 전복하기 시작한다.

작가 차이콥스키는 2016년 ‘시간의 아이들'(Children of Time)로 아서 C. 클라크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작품이 국내에 번역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학수첩. 408쪽.

jaeh@yna.co.kr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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